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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눈 속의 버들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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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눈 속의 버들강아지

입력
200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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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용점이 누나는 자기 방을 치장하는 걸 퍽 즐겼다. 다른 방은 도배지를 살 형편이 못 돼 신문지나 시멘트 포대로 겨우 흙벽을 싸 바르는데, 그 누나의 방은 시골에서 뽕을 따고 들일을 하는 누나가 어디서 돈을 마련하는지 이태에 한번씩은 화사한 꽃 도배지로 분위기를 바꾸었던 것 같다.

그 방에 용점이 누나는 꽃을 꽂아놓는 걸 좋아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그 누나 방엔 꽃 향기가 가득했다. 가을 들판에 피어나는 국화를 끝으로 꽃이 끝나고 나면 모과와 석류 열매를 꽃처럼 놓아두거나 걸어두었다. 그러나 등겨 가마니 속이 아니라 방안에 놓아둔 모과와 석류는 아무리 오래 가도 겨울 중간을 넘기지 못한다.

그 시기가 대략 음력 설쯤이고, 그때부터 산수유와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맺을 때까지 그 누나의 방을 지키는 것이 사철나무와 버들강아지다. 버들강아지는 한겨울 눈 속에서도 어젯밤 막 태어난 강아지처럼 예쁘고도 탐스러운 모습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고향 냇둑에 가면 지금 한창 그런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짐작만 그렇게 하지 계절의 변화조차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그저 마음으로만 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게 우리들의 도시 생활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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