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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도로서 다른 운전자 배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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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도로서 다른 운전자 배려를

입력
200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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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즐겁게 기억하는 추억 중 하나는 15살 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 나이에 운전을 시작하는 것은 고향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다만 저녁 6시 이후에는 어른들이 동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16살이 되자 비로소 혼자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16살 생일 때 아버지께서는 "주행 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15년 간 운전대를 잡으면서 이 때의 아버지 말씀을 늘 가슴속에 품고 지낸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여러 국가에서의 운전 스타일을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미국에서 어느날 폭풍우가 치던 날 신호등이 고장 난 4거리 교차로를 지났다. 운전자들은 그러나 도착한 순서대로 차례차례 원하는 방향으로 떠났고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어떤 교통정체도 없었고, 신호등이 필요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미국에서 운전자들은 상대방에 대한 고려가 깊다. 운전자들은 약속된 신호체계를 준수하고자 노력한다. 일본에서는 신호에 막혀 도로에서 정지했을 때 뒤편에 있는 차들은 주행 라이트를 잠시 끈다. 따라서 앞 차 운전자는 눈이 부실 이유가 없다. 다른 운전자에 대한 기본적이고 엄격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내가 체감하는 바로는 운전자들은 공적으로 정해놓은 차선 대신 자기 자신의 ‘영토’안에서 대단히 공격적이고 난폭한 태도로 주행을 한다. 규칙이나 운전예의는 찾아볼 수 없다. 차선을 바꿀 때 천천히 다른 차선으로 옮겨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나의 진입을 허용하는 차량은 드물다. 대부분의 차들은 급하게 돌진하고, 때로는 천천히 달리는 나를 적대시한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한국의 도로 문화가 창조한 극도로 위험한 현상이다. 가장 폭력적인 존재는 택시와 버스 운전사들이다. 이들은 도저히 공공이나 복지 개념이 떠오르는 대중교통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한국인들이 도로와 운전 스타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절감한다. 16살 때 "항상 조심스럽게 운전하고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지금까지도 운전 원칙으로 삼고있다.

스스로를 존경하고 동시에 도로에서 만나는 상대차량을 사려 깊게 대하는 것은 인생을 존중하는 것과 같다. 한국의 운전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다른 차량을 내 차선에 끼워주고 가슴을 열라. 이는 서로를 아껴주는 따뜻한 도로문화 정착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마가렛 키 미국인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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