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선출 권을 가진 대의원을 기간 당원들이 직접 뽑는 열린우리당의 새로운 실험이 4·2 전당대회 결과를 예측불허로 몰아넣고 있다.
대의원 스스로가 선출된 데 대한 강한 자부심과 독립성을 가질 게 분명해 과거처럼 "누구를 찍어라"는 지시가 먹힐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들은 "의원이 지명한 사람이 그대로 대의원이 됐던 시절에도 그 중 30~40%는 의원 뜻과는 다른 투표성향을 보였다"며 "이번에는 이탈자가 최소한 그 배는 될 것"이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각종 여론조사를 근거로 나오는 대세론, 3강4중3약, 2파전 등 판세 분석도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치부되는 게 요즘 당 분위기다.
재야파 단일후보로 그나마 조직기반이 단단하다는 장영달 의원조차 "지역구 의원이 미는 후보라고 무 조건 한 표를 줄 대의원은 절반도 안될 것"이라며 "조직선거를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간당원이 25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데다 지구당이 없어지는 등 당 조직구조가 180도 달라져 후보들의 선거전략에도 적잖은 변화가 왔다.
당장 지구당위원장 포섭을 통해 지지 대의원을 확보하던 풍경이 눈에 띄게 줄었다.오히려 성향이 비슷한 대의원들끼리 세를 모아 "우리 요구를 들어주면 지지하겠다"며 거꾸로 후보들을 줄 세우거나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반대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의원 등 상층부를 공략하는 하향식 조직선거보다는 대의원을 직접 공략하는 밑바닥 훑기가 선거운동의 대세를 이룬다. 신기남, 김원웅 의원 등 일찌감치 당권 레이스에 뛰어들어 발 품을 판 후보들이 당초 예상보다 강세인 점도 다른 후보들을 자극했다.
당락은 물론 순위결정에 결정적 변수로 여겨지던 후보자간 연대 움직임도 한때 반짝하다 이내 시들해졌다. 중도성향의 재선 단일후보라는 상징성 때문에 각 진영의 러브 콜이 잇따랐던 송영길 의원측은 "위에서 지시한다고 따를 표가 별로 없는 데 연대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전당대회 막바지에 살아날 가능성이 없지않지만 큰 변수는 못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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