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좋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좋은 자식들을 두고 싶었고, 좋은 친구들과 사귀고 싶었고, 정치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었고, 훌륭한 책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 얘기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었느냐는 신이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강력한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만큼, 또 내가 되고 싶은 만큼 좋은 사람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가혹한 비판자들이 주장하는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 불우한 성장기와 르윈스키와의 성 스캔들, 탄핵사태 등이 솔직하고 쉽게 기술돼 있는 이 책은 지난해 미국에서 발간 전 예약주문만 200만부가 넘었다. ‘내 삶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밝힌 섹스 스캔들도 한때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했지만, 책 판매에는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일로 침실에서 쫓겨나 3개월간 거실 소파에서 자야 했던 그는 ‘부도덕하고 바보 같은 일’이었다고 후회하고 있다. 한국서도 11만부나 팔렸다. 사람들은 선의와 때로는 철없기도 한 열정으로 역경을 이겨낸 그에게서 아메리칸 드림을 확인하는 모양이다.
■ 자서전은 업적과 오류, 자기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낼 때 가치가 있고 감동도 남긴다. 그 책에도 변명이 없지 않지만, 다른 대통령보다는 훨씬 솔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24일 서울 출판기념회에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민주화에 헌신했던 두 사람도 자서전을 썼다. 그러나 그 책들은 겸허한 성찰보다는 나르시스적 자찬이 대부분이다. 우리 정치인처럼 자주 ‘마음을 비운다’면서 또한 허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드물다. 이는 퇴임 후에도 변함이 없다.
■ 참담했던 1980년대에 대통령직을 누린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씨도 자서전을 썼으면 한다. 참회록이든 자기변명서든, 역사를 위해 그들 자신의 공과(功過)를 공론화해야 마땅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후 회고록을 썼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과 언론의 공감과 비난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곤 하는 그 다변의 진정성을 훗날 복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모든 대통령이 그렇다. 공정한 자서전을 준비하게 되면 모든 대통령의 마음이 보다 경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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