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5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2기 취임 이후 첫 해외 나들이 길로 택한 이번 방문은 부시 대통령에게는 이라크 전으로 미국에 등을 돌린 ‘늙은 유럽’을 향한 구애의 여정이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대서양 양안이 함께 해온 공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맹의 복원을 역설했다. 그런 부시 대통령을 유럽의 지도자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화해의 답례가 있었고 전통적인 유대감을 확인하는 수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유럽의 닫힌 문은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독일 마인츠의 텅빈 거리는 한번의 방문으로 결코 녹일 수 없는 유럽인들의 성난 정서를 대변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주요 현안에서 미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새 유럽’을 목격해야 했다. 영국 BBC 방송은 "그는 와서 봤지만 결코 정복하지 못했다"며 "대신 부시 대통령은 가까스로 유럽과의 ‘불안한 휴전’을 일궜다"고 평가했다.
이라크 전후 정책에 대한 이견이 크게 돌출하지 않음으로써 대서양 양안이 화해의 무드를 타게 된 점은 부시 대통령이 얻은 최대의 성%B과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또한 이견을 귀퉁이로 밀어두는 편이 낫다는 양쪽 계산의 결과이지 본질적인 문제의 해소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라크 보안군 훈련 참여를 약속하고도 제3국 훈련 방침을 굽히지 않아 부시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지는 않았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유럽과 이란과의 협상을 도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이전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 두었다.
대 중국 무기 금수조치 해제는 양측의 이견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슈였다. 유럽은 톈안먼(天安門)사태로 취해진 이 조치가 낡은 사슬이라고 주장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간 군사 균형의 붕괴 가능성을 이유로 유럽의 요구를 틀어 막았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민주주의 후퇴 문제를 두고 입씨름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정상은 테러와의 전쟁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를 위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이견 노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것을 피하려 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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