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웃하는 캐나다가 24일 공식적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폴 마틴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탄도미사일 방어는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분야가 아니다"라고 MD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양국의 공동방공시스템, 즉 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의 미사일 조기경보 강화 등을 거론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배려했으나, 인접 동맹국의 MD 불참 선언은 부시 행정부엔 정치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가 MD에 협조하지 않으면 부시 행정부가 지상목표로 내세운 미사일 테러로부터의 국토 보호도 여의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의 실망감은 컸다. 폴 셀루치 캐나다 주재 미국대사는 "왜 자국을 향해 발사될 지 모르는 미사일에 대응하는 권한을 포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MD 불참 선언을 할 경우 관계악화를 감수하라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등 외교적으로 독자노선을 걸어온 캐나다는 이번에도 미국의 기대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사실 캐나다에서는 최근 들어 미국의 MD에 대한 피해의식이 증폭돼 왔다. 가령 북한 등이 발사한 핵미사일이 북미 지역의 상공에서 폭파되거나 미국의 요격계획이 실패할 경우 방사능 물질 등이 엉뚱하게 캐나다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마이클 오핸런 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도 이 같은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이 MD를 빌미로 캐나다군을 편입하려 한다는 위기감도 상당했다.
물론 캐나다의 이번 결정에는 대미 외교를 둘러싼 국내 갈등을 봉합한 측면도 있다. 영국계 혈통의 마틴 총리는 2003년 말 총선에서 MD 참가를 앞세워 당선됐으나 이후 프랑스계 등 여론의 저항에 밀리더니 지난해 6월 하원 선거에서 자유당이 소수당으로 전락하자 일변해 미국과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MD의 요소 중 하나인 해상배치요격미사일(SM3)의 비행실험을 5번째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지난해 12월과 지난 14일 지상배치미사일의 요격실험에선 연거푸 실패, MD 가동 선언을 연기한 바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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