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상 네 번째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1,000포인트에 도달한 뒤 곧 500포인트대로 추락했던 과거 세 번의 경험은 ‘이번에도 혹시…’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우리 증시가 500~1,000포인트 사이를 움직이는 장기 박스권에서 탈출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가 3~5% 정도의 안정 성장기에 돌입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대우증권 홍성국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1997~2003%년 심한 경기 변동을 겪으면서 성장률의 상승-하락폭이 커지자 증시 및 금융시장도 그에 따라 높은 변동성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성장률 격차가 상하 2%포인트 정도로 축소돼 안정감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장기 투자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현재 경기가 정점이 아니라, 바닥을 지나 상승추세로 전환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과거 세 차례 1,000포인트 돌파 시기에는 모두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선행지수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점에 위치해 있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그런 선행지수를 보고 경기 저점에 투자를 시작, 정점에서 내다 팔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한풀 꺾였고 OECD 선행지수도 바닥을 찍고 상승 추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본격적으로 ‘셀 코리아’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한다.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주가 대비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기업의 순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의 경우 94년과 99년 1,000포인트 진입 당시에는 각각 20배, 15배나 됐지만 지금은 7배 수준에 불과하다. 지수가 같은데 PER이 3분의1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노력을 한 덕분이다.
이밖에도 기업들의 주주중시 경영, 공정공시 등 투명성 강화, 적립식 펀드 열풍,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퇴직연금제 실시 등에 따른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 등 펀더멘털 상에 과거와 다른 특성들이 상당수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종합지수는 1,000포인트를 뚫고 올라 최소 1,100포인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우증권과 대신증권 측은 1,200포인트까지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단 2~3분기 사이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으나, 900포인트 전후에서 조정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이 센터장은 특히 "증시 활황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돼 내수 회복을 좀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내 내수 회복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단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것이 다시 증시를 밀어올리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주가 오르면 ‘자산효과’로 소비심리 호전/ "내수회복 2분기로 당겨질수도"
주가 상승은 실물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상승하기는 하지만, 거꾸로 주가가 올라가 경기를 끌어올리기도 하다. 이른바 주가 상승의 ‘자산효과’이다. 예컨대 주가상승으로 10만원 하던 주식이 20만원으로 올라 보유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면 대부분의 사람은 수중에 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소비를 늘려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이 내수촉진과 경기회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의 자산효과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요인이 확실치는 않지만 작년 말부터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상당히 호전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곧 1,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 행진을 거듭할 경우 당초 하반기로 예상됐던 내수경기 회복시기가 2·4분기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급속한 주가상승의 혜택이 외국인과 일부 급등 우량주를 보유한 부유층으로 집중돼 오히려 국부의 해외유출과 빈부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산효과가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심리 호전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가계부채와 실직 등으로 소득이 감소하고 오히려 갖고 있던 주식을 헐값에 팔아야 했던 중산층 이하 계층에게는 어떤 긍정적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된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즉 국내 기업의 주가가 올라도 40% 가량은 내수경기와는 무관한 외국자본의 몫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증시 시가총액이 280조원에서 500조원으로 220조원 늘었으나, 외국인이 이 가운데 80조원을 챙겼다.
또 최근 2년간 신용불량자가 260만명에서 370만명으로 110만명 늘어난 사이 주식투자 인구가 810만명에서 670만명으로 줄어든 것도 주가 급등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켜 경제사회적 안정에 역기능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주가가 대세 상승기에 올라가더라도 과거 활황기 때와는 달리 내수진작 효과와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 대통령임기 2년內 1,000돌파 기록/ 깨졌나 이어갔나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이어진 기록이 깨진 것인가, 지켜진 것인가, 애매모호하다.’
25일 종합주가지수가 오전 9시5분 지수 1,000선을 돌파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1,000선을 넘어서지 못하자 증시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종가 기준으로 1,000선을 넘지 못했으니 ‘임기 2년내 1,000선 돌파’라는 3연속 기록이 깨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취임 후 만 2년째인 이날 장중 한때라도 1,000선을 넘었으니 ‘임기 2년 안에 1,000선을 넘는다’는 기록이 이번에도 이어졌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결국 완전한 형태의 4연속 기록 달성으로 볼 수는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 절반 가량은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날 증시에서는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들이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였다. 특히 장 초반에는 전날까지 열흘 간 4,000억원을 팔아 치웠던 %B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서 ‘드디어 연기금이 기록 달성의 선봉에 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 10시30분 이후 연기금이 순매도로 돌아선 뒤에는 주가가 990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1,486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은 각각 1,330억원과 16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월간 기준(2월1일~25일)으로도 외국인은 1조1,780억원을 투입해 투신(4,050억원 순매도)과 연기금(4,724억원 순매도)이 내놓은 주식을 사들였다. 요컨대 노무현 대통령 정부하에서 ‘임기 2년-지수 1,000선’이라는 기록이 절반이나마 달성된 데에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의 힘이 컸던 셈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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