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온 ‘대통령 취임 2년 내 주가 1,000선 돌파’라는 대기록 달성이 연기금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노무현 대통령 취임 만 2년째인 25일에는 종합주가지수 1,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으나, 연기금의 줄기찬 매도 공세로 주가가 990선을 뚫지 못하자 대기록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주가가 988선까지 치솟았던 월요일(21일)에는 과거 관행대로 연기금이 적극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만 했다"고 허탈해 했다.
실제로 이달 9일 이후 23일까지 외국인은 7,462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렸으나, 연기금은 4,015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기관투자자 순매도 규모의 절반에 해당한다. 24일에도 투신권은 1,007억원을 순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반면, 연기금은 348억원을 순매도해 주가를 980선에 주저 앉히는데 기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5일 주가가 13포인트 이상 오르지 못해 3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지켜져 온 ‘취임 2년 내 1,000선 돌파’ 기록이 깨진다면 그 이유는 연기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연기금의 속성상 차익 실현을 위해 주가가 단기 급등한 지금 매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록 달성이 무산된다면 오히려 한국 증시가 그만큼 선진화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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