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아내를 따라 시장에 갔을 때, 내가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대파를 잔뜩 쌓아둔 곳이다. 겉껍질을 벗겨 하얗게 손질한 대파가 있고, 흙 묻은 뿌리 그대로 손질하지 않은 대파가 있는데, 내가 걸음을 멈추는 곳은 밭에서 막 뽑아온 흙 묻은 대파 쪽이다.
어느 날 아내가 거기에 무엇이 있다고 올 때마다 그렇게 보느냐고 물어 "나비" 하고 짧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비요?" 하고 다시 묻는 아내는 거기 쌓여 있는 파단 사이에 죽은 나비 한 마리가 따라왔는가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바라보는 나비는 죽은 나비가 아니라 그 파단 위에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다.
고향집 텃밭 한구석에 멍석 자리만한 파밭이 있었다. 어른이 된 다음엔 다시 파꽃을 본 적이 없지만 어린 시절 그곳에는 늘 파꽃이 피어 있었고, 그 위에 하얀 배추흰나비가 날아들었다.
나비라면 다른 밭에서 더 많이 봤을 텐데 이상하게 내 머리 속의 나비는 늘 그렇게 크지도 꽃이 예쁘지도 않은 파밭 위로 날아든다. 이미지가 무엇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 그것은 거기에 나도 모를 아픈 추억 하나 묻어두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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