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과 경제 부처 등이 충남으로 이전하게 되면 서울에는 ‘대통령 정부’가, 연기·공주에는 ‘총리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행정부가 사실상 양분되기 때문에 형식과 내용 면에서 국정 운영 방식이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선 형식적으로는 분소 설치를 통한 서울-연기·공주 간 협력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충남으로 이전하는 부처는 청와대, 국회와의 협조를 위해 서울에 분소를 둬야 하며 청와대도 분소나 제2 청와대를 현지에 마련해야 한다. 국무회의는 서울과 연기·공주에서 번갈아 열릴 것으로 보이며 왕복 4시간 거리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보고와 화상 회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적으로는 분권형 국정운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은 서울에 남는 외교·안보 부처 및 법무·행자부를 직접 챙기고 연기·공주로 옮긴 부처의 통할권은 총리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은 대통령이 외교 안보와 장기 과제를 챙기고 총리는 단기적 경제정책 등 일상적 국정을 맡게 되는 분권형 방식이 될 전망이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분권 시스템은 중·장기 과제는 대통령이, 일상적 국정은 총리가 맡는 것이다. 따라서 부처 이전 후의 분권은 노 대통령의 분권 시스템과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분담하는 이원집정부제를 혼합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현 정부 임기 말에 공론화할 개헌 문제와 행정 부처 이전은 서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개헌이 이루어지고 4년 중임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중 어떤 체제가 채택되느냐에 따라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새로 짜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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