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된 아들과 9살 딸을 키우는 주부 최경숙(35)씨. 큰 딸을 낳은 직후 백화점에서 예쁜 옷을 사 입히고 뿌듯해하던 그는 아이가 자랄수록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을 찾게됐다. 계절이 바뀌기가 무섭게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 옷을 백화점에서 사대기가 부담스러웠던데다, 재래시장이 현대화하면서 쇼핑 재미도 쏠쏠했던 것. 그러나 둘째를 낳은 뒤 쇼핑장소는 대형할인점으로 바뀌었다. 할인점들이 아동 매장을 확대하고 저렴한 자사 브랜드(PB)를 내놓는데다 아이를 놀릴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이 아이와 엄마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할인점이 과거 남대문시장과 같은 아동복 쇼핑장소로 바뀌고 있다. 할인점들이 앞다퉈 아동매장을 강화한 결과 홈플러스의 경우 유아동복 매출이 전체 의류 매출의 42%, 월마트는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월마트에 가면 동물 캐릭터와 깜찍한 무늬에 단순한 스타일의 유아복이 눈길을 끈다. 전 세계 월마트에서 유통되는 PB ‘조오지’다. 국내 월마트에서 조오지의 매출은 2003년 30%, 2004년 45%나 급증했다. 계절마다 70여 개나 되는 제품이 바뀌어 나오지만 서로 잘 어울려 꾸준히 재구매가 이어지는 것이 장점이다. 월마트코리아의 유아복 바이어 장수진씨는 "한번 조오지를 사본 주부들이 선물용으로 즐겨 찾아 별도의 선물 박스와 리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에서 디자인된 제품이 7~8주면 국내에 선보이며, 가격은 유아용 폴로셔츠 1만4,000원대, 신생아 후드잠옷 1만5,000원대, 아동 바지 2만1,000~3만2,000원대다.
백화점식 아울렛인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은 지난해 9월 보수를 마치고 재개장하면서 4층 전체를 출산 유아·아동 브랜드로 채워 전보다 규모가 2배나 커졌다. 특히 아이를 돌보는 직원이 상주하는 놀이방인 키즈카페, 뮤지컬 마술쇼와 연극 등을 매일 3차례 공연하는 어린이 전용 소극장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문화센터 강좌 중에도 창의력 집중력 키우기 등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주부 전송이(33)씨는 "놀이시설이 있어 아이들이 먼저 가자고 조르는데다 쇼핑을 느긋하게 할 수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넘버원 포 키즈’라는 개념을 표방하며 2002년부터 200평 규모에 아동복, 관련 잡화, 아동놀이 시설을 집중시켜 운영하는 데 이어 새 출점 매장에는 ‘베이비존’을 꾸밀 계획이다. 유아복은 물론 기저귀, 분유, 출산용품, 유아 관련 잡화를 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품목별 분류가 아닌 아이에 초점을 맞춘 ‘쇼핑동선’을 실험한다는 것. 홈플러스에서 판매되는 아동복은 티셔츠 1만5,000~2만5,000원, 바지 2만5,000~3만5,000원, 점퍼 3만원대 후반부터, 유아복은 바지와 티셔츠 2만원대이며 이지키즈, 라이프웨이 같은 PB는 30~40% 더 싸다. 뉴코아 아울렛 강남점 노종호 점장은 "아동 매장을 새롭게 바꿔 개장한 후 유아동복 매출 비중은 기존 4%에서 10%로 늘었다"며 "유아동복 강화 전략은 단순 매출 증가뿐 아니라 주부 고객을 더 많이 유입하고, 고객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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