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이다. 호주 여행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시드니에서 항공편으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는 동남부의 빅토리아주는 뛰어난 여행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상대적으로 찾는 이가 드물었다. 한마디로 광활하고 아름답다. 자연과 문명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차는 좌 우로, 위 아래로 계속 방향을 바꾼다. 길은 바닷가 바위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 차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왕복 2차선 도로이다. 차량의 좌측통행에 익숙하지 않아 교행할 때마다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앞이 막히면 터널을 뚫고 밑이 허전하면 다리를 세운 한국식 직선 도로에 길들여진 사람은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 호주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대한 첫 인상은 그리 통쾌하지 않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 남부에 있는 360km의 긴 해안도로이다. 1차 대전 참전용사들이 돌아와 1930년대에 만들었다. 그러나 도로의 매력에 빠지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길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극히 일부를 빌렸을 뿐이다. 강을 가로 지르는 몇 개의 작은 다리를 제외하고는 터널 하나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름 아닌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약간의 헷갈림이 익숙함으로 바뀌면서부터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은 하얀 포말의 파도가 밀려오는 너른 바다이고 다른 쪽은 소떼와 양떼가 풀을 뜯는 바다처럼 넓은 초원이다. 넓고 곧은 길이었다면 오히려 아쉬웠을 것이다. 차는 서행한다. 뒤에 급한 차가 재촉을 하면 한쪽으로 비켜서서 양보한다. 곳곳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람들이 내려서 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고, 바다에 풍덩 빠져보기도 한다. 자연과 공유하는 평화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우람한 교각과 산마다 뚫려 있는 터널의 시커먼 입구를 떠올려 본다. 소름이 돋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기묘한 해안절경을 품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2사도(twelve apostles)이다. 수억 년 퇴적을 거듭한 땅덩어리가 바다에 빠졌고 약한 부분은 파도에 깎였다. 비교적 단단한 12곳이 남아 섬처럼 바다에 떠있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를 배경으로 그림 같은 풍광을 이루고 있다. 우리 땅 변산의 채석강처럼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은 퇴적층이 명확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섬들도 점차 파도에 깎이고 있고 결국은 모두 바다로 녹아들것이라고 한다.
12사도가 위치한 해안은 ‘난파해안’이라고도 불린다. 호주 개척시대에 수많은 배가 이 해안에서 침몰했다. 알려진 것만 해도 135척이다. 남극에서 밀려 오는 거친 파도와 사람의 상륙을 거부하는 깎아지른 해안 절벽이 많은 배와 사람을 앗아갔다. 상륙하기 위해 다른 곳을 찾아야 했지만 분명 떠나기 싫었을 것이다.
12사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해안 경승의 하나인 런던 브리지가 있다. 길다랗게 바다로 드리운 곶(串)의 밑부분이 침식돼 다리의 형상이 됐다. 얼마 전 상판에 해당되는 부분이 파도에 휩쓸려 떨어졌다. 이제는 섬의 모습만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절경을 제대로 보려면 헬리콥터 투어를 하면 좋다. 비행시간에 따라 가격이 다양한데, 10~20분에 100호주달러 정도이다. 주관하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더 저렴하다. 12사도는 물론, 런던 브리지, 해안 절벽 위로 난 도로의 모습까지 한 눈에 조망한다.
빅토리아주(호주)=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호주 여행 | 멜버른·발라랏 - 푸른 잔디 위 그림같은 도시 멜버른
◆ 멜버른
멜버른은 인구 350만 명의 호주 제2의 도시이다. 주요 세계 언론이 해마다’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이다. 유럽인과 중국인들이 주로 찾았던 이 도시는 최근 한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점차 우리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멜버른은 싱싱하다. ‘정원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심 곳곳이 푸른 색으로 덮여있다. 멜버른 여행의 베이스 캠프는 도심을 흐르는 야라강이다. 야라강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이라는 뜻. 중랑천 정도의 폭을 가진 강이지만 멜버른의 젖줄이다. 강을 거슬러 시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크루즈를 탄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온통 시민들의 모습이다. 강의 양 언덕은 짙은 잔디밭이다. 피크닉을 나온 가족, 맥주를 마시는 연인,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 등이 모두 푸른 잔디 위에 올라있다. 잔디밭 아래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나있다. 이 길도 강의 본 모습을 해치지 않았다. 길을 내기 힘든 곳은 물 위에 뜨는 부교를 만들어 놓았다. 강물과 언덕과 길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절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멜버른 시내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는 높이 253m로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사무용 빌딩인 리알토타워 꼭대기에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늦게까지 운영한다.
◆ 골든시티 발라랏
발라랏은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19세기 금광으로 흥청댔던 곳이다. 금광이 있던 소버린힐에 우리의 민속촌처럼 금광촌을 재현해 놓았다. 거리를 활보하는 마차와 19세기 복장의 사람들을 만나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일상을 경험한다.
금광에 들어가 당시 금 채굴 과정을 살펴보는 프로그램, 그 옆 개울에 앉아 직접 사금을 채취하는 프로그램 등 관광객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매일 벌어진다. 밤에는 온갖 불꽃이 터지는 쇼가 펼쳐진다. ‘남십자성의 혈투’라는 제목의 쇼는 과거 금광 노동자들의 무장 폭동을 재연해 놓은 것이다.
소버린힐 인근에 발라랏야생동물공원이 있다. 호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캥거루와 코알라와의 만남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최소한의 울타리만 쳐놓고 대부분 야생상태로 놓아 기른다. 먹이를 손에 쥐고 다가가면 서로 볼을 쓰다듬을 수도 있다.
빅토리아주(호주)=글·사진 권오현기자
■ 여행수첩
●한국에서 멜버른으로의 직항로는 아직 없다. 캐세이퍼시픽항공(02-311-28))은 서울을 출발, 홍콩을 경유해 멜버른까지 가는 항공편을 주13회 운항한다. 약 13시간 걸린다. 대한항공(1588-2001)과 아시아나항공(1588-8000)은 매일 1회 서울-시드니행을 운행한다. 멜버른까지는 현지항공으로 연결된다. 도쿄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멜버른의 요즘은 초가을. 그러나 일교차가 심하다. 아침엔 약간의 한기를 느낄 정도인 영상 12~13도를 오가다 한낮엔 영상 25도를 웃돈다.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한국 사무소(02-752-4138). 가야여행사(02-536-4200)는 도쿄를 경유해 시드니와 멜버른을, 또는 홍콩을 경유해 시드니와 멜버른을 여행하는 4박6일 허니문 상품을 169만 9,000원에 판매한다. 다른 나라를 경유하지 않고 시드니와 멜버른을 여행하는 상품은 199만 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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