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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음계에 깃든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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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 음계에 깃든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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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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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의 가로와 세로 비는 4:3이다. 27인치나 29인치 텔레비전과 같이 직사각형 화면의 대각선 길이로 그 크기를 알 수 있는 이유는 화면의 가로와 세로의 비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7인치 텔레비전이라면 자동적으로 화면의 가로가 55㎝, 세로가 41㎝로 정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면 프레임 2인치를 포함시키기 때문에 실제 화면의 대각선이 27인치인 텔레비전이 29인치로 간주된다.

TV의 화면비 4:3(=1.33:1)은 처음 영화가 만들어질 때의 화면비에서 비롯됐다. 코닥이 만든 필름의 가로와 세로 비에서 연유한 4:3은 1906년 영화 화면의 국제적인 표준으로 공인 받았다. 20세기 초반을 풍미하던 영화는 1950년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았다. 그러자 영화는 텔레비전과 차별화하기 위해 영화 ‘왕과 나’를 시작으로 새로운 화면비를 내놓았다. 이 때 나타난 비가 1.66:1, 1.85:1, 2.35:1 등이다. 이 중 아카데미 스탠더드라고 불리는 화면비 1.85:1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번에는 텔레비전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영화를 따라잡기 위해 16:9(=1.78:1)라는 새로운 화면비를 내놓았다. 텔레비전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PDP와 LCD 텔레비전은 와이드 비전이 가능한 16:9의 화면비를 갖고 있다. 텔레비전은 원래 화면비인 ‘4:3의 추억’을 유지하기 위해 16:9, 즉 42:32 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텔레비전과 영화의 화면비 4:3이나 16:9는 두 정수의 비(ratio)로 표현할 수 있는 데, 이런 수를 유리수(rational number)라고 한다. 그렇지만 수 중에는 두 정수의 비로 표현할 수 없는 무리수(irrational number)도 있다. 이런 유리수와 무리수의 예는 순정률과 평균율이라는 음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수는 두 정수의 조화로운 비로 표현될 수 있다고 믿었던 피타고라스는 음악에도 이런 사고를 반영해 ‘순정률(pure temperament)’이라는 음계를 만들어냈다. 진동수는 현의 길이에 반비례하므로, 현의 길이가 짧아지면 진동 수가 많아지고 높은 음을 얻게 된다. 피타고라스는 주어진 현의 길이를 1/2로 하면 8도 음정을 얻을 수 있고, 현의 길이를 2/3와 3/4으로 할 때는 각각 5도 음정과 4도 음정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아냈다.

현악기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순정률에서는 2도 음정 사이의 진동수의 비가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2도 음정이라도 진동수의 비가 9:8, 10:9, 16:15와 같이 달라진다. 이 때 9:8이나 10:9를 온음이라고 하고 16:15는 반음이라고 한다. 그런데 순정률에서 두 반음을 합해도 온음이 되지 않는다. 반음의 진동수 비인 16/15를 두 번 곱한 16/15× 16/15는 약 1.1378로 온음에 대한 진동수의 비 9/8(약 1.125) 또는 10/9(약 1.1111)보다 약간 커진다. 이런 점은 조바꿈을 할 때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이를 보완해 진동수의 비가 일정하도록 정한 것이 건반악기에서 이용되는 ‘평균율(equal temperament)’이다. 평균율도 순정률과 마찬가지로 진동수를 2배 하면 한 옥타브 높은 음이 된다. 기준이 되는 ‘도’에서부터 한 옥타브 위의 ‘도’까지는 ‘도-도#-레-레#-미-파-파#-솔-솔#-라-라#-시-도’까지 12단계이다. 따라서 인접한 두 음 사이의 진동수의 비를 x라 할 때, x를 12번 곱하면 한 옥타브 높은 음의 진동수 비인 2가 돼야 한다. 즉, x는 12제곱을 해서 2가 되는 무리수 ≒1.0595가 된다.

평균율의 진동수 비는 무리수를 동원해 표현하지만 정수의 비로 표현하는 순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순정률에서 4도 음정인 ‘도-파’의 진동수의 비는 4/3이므로 약 1.3333이다. 평균율에서 ‘도-파’까지는 도-도#, 도#-레, 레-레#, 레#-미, 미-파 까지 모두 5번 올려야 하므로 (1.0595)5이며, 계산하면 1.3348이 돼 순정률의 진동수 비와 비슷해진다.

내용이 좀 복잡해졌지만, 간단히 말해 음계 중 피타고라스 학파가 제안한 순정률은 현악기에 적용되는 유리수의 비이고, 건반악기에 적용되는 평균율은 무리수의 비라고 할 수 있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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