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친미 국가인 폴란드가 미국과 영·불·독의 틈바구니에 끼어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가 치열한 항공기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폴란드를 향해 거센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의 국영항공사 로트(LOT)는 지난해 보잉사의 장거리 기종인 B767를 교체하기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장거리 항공기 5대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후보는 다른 시장에서도 경합을 벌이고 있는 에어버스 A330-200과 보잉 B787이다.
마레크 벨카 폴란드 총리는 22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지난해 12월 에어버스의 구입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보잉사가 제안한 계약조건을 지지한다는 편지를 수개월 전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벨카 총리는 일단 순수한 경제 논리에 따라 성능과 가격으로 선택될 것이라고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정치적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날 "이번 항공기 구매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폴란드가 EU회원국으로서 역할을 춤실히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암묵적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에어버스를 선택할 경우도 2003년 35억 달러를 들여 미국 F-16전투기 48대를 구입하는 등 그 동안 전투기와 항공기들을 미국에서 구입한 관례를 깨는 것이기 되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통적인 우방관계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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