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이은주씨의 죽음이 세인의 마음을 아프고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주홍글씨’ 등을 통해 뛰어난 개성과 연기역량을 보여 준 그가, 정상으로 향하던 25세에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 슬프고 충격적이다. 대중의 사랑과 기대를 받는 인기 연예인이 왜 외로움과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헤아리지 못한 주변과 사회의 책임이 무겁게 느껴진다. 또한 ‘한류’로 우리 영상산업의 중요성이 더해 가는 시기에 다시 볼 수 없는 그의 재능이 아깝다.
자살C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비극이다. 그가 비교적 여러 장의 유서를 통해 자신의 고뇌를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원인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가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과 가족의 증언, 그의 유서 등에서 드러나는 흔적들을 보면 그의 고민은 근래 출연한 영화에 대한 후유증과, 주변과 관련된 돈 문제로 집약되는 듯하다. 유서에는 ‘근본적인…원인…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없을 텐데. 왜 내게 그런 책을 줬는지. 왜 강요를 했었는지’라는 분명한 원망이 드러난다. ‘책’이란 영화계에서 통상 시나리오를 일컫는다.
그는 과다하게 노출연기나 인내를 요구하는 우리 영화계의 풍토에 값 비싼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존심도 바닥을 쳤고…더 이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라면서 정체성 혼란에 시달렸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연기자로서 고민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특히 여성 연기자로서 감당키 어려운 부분에 대한 애처로운 호소이기도 하다. 그를 포함한 많은 연예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체성 문제 등에서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도 안쓰럽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영화계나 사회가 좀더 섬세해야 할 점을 아프게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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