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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친부모-미국인 양부모/ "내 딸이오" 5년째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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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친부모-미국인 양부모/ "내 딸이오" 5년째 소송

입력
2005.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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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돌려달라. 이게 미국의 실체냐."(중국인 친부모) "아이는 우리와 함께 평화롭다. 나중에 딸을 데리고 결혼식장에 입장할 것이다."(미국인 양부모)

재미 중국인 부부가 낳아 미국인 부부가 키우는 6살짜리 아이의 양육권을 둘러싸고 5년 간 이어져온 소송이 최근 미국 테네시주 잭슨시의 항소법원에서 재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끌고있다. 외신들은 과거 송환여부를 놓고 클린턴 행정부의 골머리를 앓게 한 쿠바 난민소년 엘리안 곤살레스를 떠올리며 연일 이 재판을 다루고 있다.

사안의 발단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멤피스대 박사과정에 재학하던 생부 히 샤오키앙씨는 뜻하지 않은 여학생 성폭행 혐의로 학교에서 쫓겨나면서 유학생 비자마저 잃었다. (그의 혐의는 2003년에야 벗겨졌다) 이 와중인 이듬해 1월 그의 아내 퀸 루오씨가 첫 딸 안나 메이를 낳았다. 변호사비와 아이의 의료비 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던 부부는 아기를 돌봐줄 가정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멤피스 교외의 제리, 루이스 베이커 부부가 생후 한 달도 안된 아기를 키우게 됐다.

문제는 베이커씨 부부가 "당시 청소년법원을 통해 아이의 양육권을 넘겨받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히씨 부부는 "워낙 급한 상황이던 그 때 뭔지도 모르고 서명했다"고 호소하고 있는 것. 결국 히씨 부부가 2000년 5월 딸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얘기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순회재판소는 "불법체류자인 친부모가 양육권 분쟁을 통해 국외추방을 피하려 들고 있다"며 양부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판사가 중국의 ‘한자녀 갖기 정책’을 거론하며 중국에서 여아 사망률이 훨씬 높다는 미국인 부부의 주장에 동조, 재미 중국인 사회가 들끓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재판정에 대표를 보내는 등 양국간 감정대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항소심에서 하급심 판결이 뒤바뀌지 않는 한 안나는 베이커씨 부부의 아이로 확정된다.

항소법정에서 베이커씨 부부측 변호사는 "친부모는 오랫동안 아이를 만나러 가지도, 양육비를 보내지도 않았다"며 "부모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에 따른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친부모측 변호사는 "딸을 만나러 갈 경우 경찰에 잡힐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고 항변했다.

생모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일한 희망은 첫 딸을 데리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흐느꼈으나, 베이커씨 부부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가 만약 중국에 보내진다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씨 부부는 이후 남매를 더 낳았으며 베이커씨 부부는 직접 낳은 4명의 자녀가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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