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평양을 방문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면담 결과는 일단 고무적이다. 어제 조선중앙통신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할 것이며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탁(회담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북한 외무성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에 무기한 불참하겠다고 밝힌 이후 고조됐던 긴장을 상당히 누그러뜨리는 언급이다. 이제 우리 정부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들은 왕 부장의 방북결과를 토대로 차분하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을 논의할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내건 6자회담 복귀 조건의 충족이 문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체제보장에 대한 믿음을 달라는 얘기다. 이 대목과 관련해 우리는 미국이 북한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취하기를 촉구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에 왕 부장 편에 보낸 구두 친서에서‘조선측의 합리적 우려’라는 표현으로 미국에 의한 북한의 체제 위협 우려에 대해 이해를 표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폭정종식과 민주주의 확산이 양보할 수 없는 자신의 대의라 할지라도 화급한 현안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측도 보다 현명하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미국에 사전 약속을 요구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6자회담의 국제적 틀 내에서 자신들의 우려를 이해시키고 보장을 얻어내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견지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핵 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과정에 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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