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국 4가구 중 1가구가 1인당 주거면적 3.6평(12㎡)에도 못미치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택자산 관련 불평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발표한 ‘주택금융 및 저소득층 주거지원정책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3%에 해당하는 330만 가구(2000년 기준)가 건설교통부가 설정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112만 가구(8%)는 단칸방에 거주하고 있다.
더욱이 2001년 이후 주택가격의 상승에 따라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으며, 주택자산의 불평등 정도는 소득 불평등 정도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계층간 주거수준 격차를 보여주는 1인당 주거면적 지니계수는 1993년 0.350에서 2002년 0.235로 다소 개선됐으나, 같은 기간 주택자산의 지니계수는 0.489에서 0.510으로 오히려 불평등도가 커져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반면 소득지니계수는 2002년 0.351을 기록해 주택자산보다는 상대적으로 불평등 정도가 낮았다. 지니계수가 0인 경우는 완전한 평등을, 1인 경우는 한 사람에 의한 완전한 독점을 의미한다.
연구에 참여했던 건국대 부동산학과 정의철 교수는 "현재 정부의 저소득층 주택대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연속성과 체계성이 떨어지고 단기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으로 재고가 부족하다"며 "정책 대상계층이 명확하지 않아 정책대상가구와 수혜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지원기준 역시 지역특성 및 가구의 지불능력과 연결되지 않아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불능력을 감안해 입주대상 자를 선정하고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어서 공급의 확충이 시급하지만 동시에 주거비 관련 보조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소득 255만원 이하인 ‘차차 상위 계층’에게는 주택금융과 소형분양주택을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주택담보 장기대출 상품인 모기지론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기지론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새로운 금융기관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디지털경제학부 김관영 교수는 "현재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모기지 상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주택담보 채권의 유동화 작업이 부족해 주택시장 신규자금의 안정적 유입에 한계가 있다"며 "주택저당채권(MBS) 유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MBS상품 표준화, 연기금의 MBS 채권 투자제약 완화, MBS 및 국공채 전용기금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MBS가 활성화하면 현재 투기세력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돼 주택가격 안정도 달성될 수 있다"며 "실제로 1980년대 이후 미국 등 선진국도 MBS활성화를 통해 주택경기 변동이 크게 약화됐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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