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1일 6자회담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한국 중국 미국 등 관련국들의 행보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가능성에 대한 각국의 판단에 온도차가 있어 섣부른 전망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정부는 일단 김 위원장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최악의 상황을 막게 됐고 외교적 노력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의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했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김 위원장 자신이 직접 6자회담을 거부한 일이 없다고 말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여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 동안 2·10 북한 외무성 성명을 핵무기 보유 ‘선언’이 아닌 ‘주장’으로 의미를 격하시키며 협상용 카드로 간주해 왔다. 김 위원장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직접 만나 대화 의사를 재천명함으로써 이 같은 전략이 맞아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 특히 김 위원장이 2·10 성명에 이어 다시 한 번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강조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미지수다.
정부 주변에서는 연 이틀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1일 미국의 소극적인 대북 협상태도를 비판한 데 이어 정동영 장관도 22일 북한의 6자회담 무조건 복귀를 촉구하면서 "미국도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미국 모두의 책임론을 거론함으로써 미국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 변화는 단시일 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동안 미국은 북한에 핵 완전 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압박전술을 구사하면서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아 왔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국대사는 김 위원장의 발언내용이 전해진 22일에도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의 미국측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며 제안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면 6자회담에 참가하라"고 압박했다.
결국 이번 주 후반으로 예정된 한미일 고위급 협의회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미 확인된 북한과 미국 사이의 거리를 이번 회의에서 좁힐 수 있을 지가 관심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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