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상희)는 22일 2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긍희 사장의 후임으로 최문순(崔文洵·49) MBC 전 보도제작국 부장을 내정했다. 40대로 임원 경험이 전무한 현장 방송인이 사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국방송사상 처음이다.
고강도 개혁을 주장해 온 최 전 부장이 사장에 내정됨에 따라 인사와 조직개편 등에 있어서 MBC는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문순 사장 내정자는 25일 열릴 MBC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임돼 임기 3년의 사장직을 맡게 된다.
최 내정자는 강원 춘천 출신으로 강원대 영문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MBC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했으며 1996년 MBC 노조위원장에 선출돼 파업을 주도하다 해직되기도 했다. 2000년에 복직한 후에는 전국언론노조 초대위원장을 지냈고, 16일 사표를 제출하기 전까지 보도제작국 부장으로 ‘시사매거진2580’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왔다.
이번 ‘파격 인사’는 MBC가 처해있는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 방문진은 프로그램 경쟁력 저하와 로고 표절시비, 구찌 핸드백 파문 등 연이은 악재로 흔들리며 "그 어느 때보다 MBC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사내 개혁세력의 선봉에 섰던 최 내정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의 내막을 두고 사장 선임과정에서 MBC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민주노총 등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변 소속 김형태 변호사, 개혁성향의 소장학자인 이범수 전 언론정보학회장 등이 최 내정자의 확실한 ‘우군’으로 분류돼 일찌감치 그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이런 비판은 ‘40대 사장’ 등장으로 인한 연공서열의 급격한 파괴와 고강도 개혁이 예상되면서 MBC 구성원들 일부가 최 내정자에게 보이고 있는 거부감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최 내정자로서는 사장 선임과정을 둘러싸고 커진 내부 구성원 간의 이견과 혼선을 조율하면서 조직개편과 지역 MBC 통합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최문순씨 전화 인터뷰/ "뭔가 충격 주려한 인사"
-사장에 내정된 소감은.
"외국에는 노조 위원장이 CEO를 맡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밖에서 보는 시각도 그렇고 엄청나게 부담스럽다. 어쨌든 방문진의 이번 결정은 MBC에 뭔가 충격을 주려 한 것 같다."
-경영 경험이 없고, 나이도 어려 지나친 파격이라는 우려가 있다.
"직책이 지위가 아니라 역할이 되어야 하는 시대다. 그동안 연공서열 때문에 많은 비효율이 발생했는데, 나이와 경력에 관계없이 명예로운 동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보직 중심이 아니라 프로그램 중심, 일 중심의 시스템을 만들어 함께 열심히 일하는 풍토를 만들겠다."
-MBC 위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전통적 매체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사정을 보면 지상파는 가난한 사람이나 노인들이 보는 매체로 전락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기존 매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MBC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
-외부 환경 외에 내부 문제는 없나.
"인사적체와 연공서열은 여전하다. 팀제라든가, 제작 중심의 조직 개혁이라든가, 우리보다 훨씬 관료적인 KBS에서도 실행한 개혁 조치들조차 문제가 제기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MBC 현실이다."
-위기 극복에 대한 복안은.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다. 지방계 열사를 광역화하고 인력을 일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인사제도 개선과 뉴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김대성기자 lov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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