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뉴타운 지구에 투기 목적으로 이사한 세입자들은 임대주택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서울시는 21일 원주민 세입자 보호와 원활한 뉴타운사업 추진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대상자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임대주택 공급 대상인 세입자를 현행 ‘구역지정 공람공고일 3개월 이전 거주자’에서 ‘뉴타운지구 지정고시일 3개월 이전 거주자’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해까지 15곳의 뉴타운지구를 지정하고 올해 10개 뉴타운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는 임대주택 분양권 등을 노린 투기세력이 무더기로 뉴타운 개발지역으로 전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03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미아뉴타운의 경우 뉴타운 개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부 아파트 주민을 제외한 1만여 가구 중 15%에 해당하는 1,500여 가구가 뉴타운지정 이후 이주했으며, 이 지역의 세입자는 전체 가구의 76.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좌뉴타운 등 2차로 지정된 12개 뉴타운지구에도 최근 세입 가구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 관계자는 "뉴타운을 개발할 때 임대주택을 원하는 세입자들에게 모두 공급하는 것이 원칙인 이상 세입자 비율이 높아지면 임대주택 건립 비율이 늘어나고 이는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한다"고 말했다.
시는 모든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애초의 뉴타운 사업 취지까지 퇴색한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세입자가 70%를 웃도는 가운데 투기 목적의 세입자 유입이 이어지고 개발계획이 미뤄지면 수십년간 살아온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을 줄 수 없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적인 투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조병철 중화·묵동 뉴타운 반대위원회 사무국장은 "세입자 규정 강화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원세입자들로 하여금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세입자들에게 음성적으로 임대아파트 분양권을 거래하게 해 투기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세입자들의 자격을 강화하는 방안보다는 오히려 임대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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