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안양 SBS와 대구 오리온스의 6라운드 첫 경기. 경기장 통로까지 가득 메운 관중들의 눈길은 코트 위의 한 선수에 집중됐다. ‘괴물 용병’ 단테 존스(30)였다.
존스가 파워 덩크와 더블클러치, 팁인 등 현란한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관중들은 탄성과 박수갈채를 쏟아지며 "단테~단테~"를 연호했다.
안양 뿐만 아니라 프로농구 전체가 ‘단테 신드롬’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5일 대체선수로 SBS에 합류한 존스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 덕에 SBS는 무한질질주공간에 등판이라도 한듯 8연승을 질주했고, 순위는 단숨에 공동 6위에서 4위로 껑충 솟구쳤다.
규정 경기수에 모자라 득점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경기당 평균 32분만을 뛰고도 30.8점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 1위인 네이트 존슨(28.4점·오리온스)을 가볍게 제치는 가공할만한 득점력이다.
SBS 합류 당시 존스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미국 프로농구(NBA) 하부리그격인 ABA리그에서 올 시즌 득점 1위를 달릴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지만 거친 성격으로 국내 농구에 적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서전트 점프 99㎝의 뛰어난 운동 신경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등 모든 부문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더구나 박빙의 순간에서의 위기해결 능력과 포인트가드 수준의 패싱 능력까지 갖춰 김동광 SBS감독을 마냥 즐겁게 하고 있다. ‘단테 효과’는 SBS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짭짤한 부대효과까지 가지고 왔다. 존스가 팀워크에도 신경을 쓰면서 양희승, 김성철 등 국내 슈터들까지 덩달아 살아났고 팀은 8연승을 거두며 멋지게 비상했다.
전천후 플레이어인 존스에게도 몇 가지 약점은 있다. 우선 적극성이 부족한 수비가 옥에 티다. ABA 내시빌 리듬에서도 지적됐던 다혈질적인 성격은 여전히 ‘시한1 폭탄’이다. 이 부문이 여전히 김 감독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존스의 이전 별명은 ‘여행가방(Suitcase)’이다. 존스는 1996~97시즌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1순위로 지명됐으나 발목 부상으로 97~98시즌 보스톤 셀틱스로 이적한 뒤에야 비로소 NBA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력을 보이지 못한 존스는 이후 남미와 유럽리그를 전전하며 힘겨운 방랑 생활을 했다. 뒤늦게 한국 무대에 합류,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존스가 올 시즌을 어떻게 마감할 지 기대된다. 존스는 22일 홈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9연승에 도전한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비교불허#"/ 존스 실력 역대용병 최고봉
‘단테 신드롬’의 주인공 단테 존스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내 농구 전문가들은 뒤늦게 합류해 의욕이 넘쳐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존스의 실력은 역대 용병중 ‘최고봉’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프로농구 사상 역대 최고의 용병은 단연 대구 동양에서 뛰었던 KBL(한국농구연맹) 최고의 테크니션 마르커스 힉스(196.5㎝). 존스와 같은 포워드인 힉스는 2001~02 용병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혀 한국 무대를 밟은 뒤 유연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화려한 기술농구를 구사하며 2년 연속 용병 최우수 선수의 영광을 누렸다. 존스의 기량이 %C이런 힉스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김 진 대구 오리온스 감독은 "존스는 공격이 뛰어난 선수이고 힉스와는 달리 외곽슛까지 겸비하고 있어 공격면에서 힉스를 능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비에서는 힉스와 같은 위력적인 블록슛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성식 서울 SK 전력분석원도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중 사상 최고"라며 존스를 높게 평가했다.
객관적인 실력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힉스는 2시즌을 뛰면서 평균 25.1득점, 8.4리바운드, 4.3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했다. 반면 존스는 올 시즌 8경기를 뛰면서 평균 30.8점을 올리며 평균 11.9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또한 3.5어시스트와 2.6스틸을 자랑하고 있다.
박희정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