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많다 보면 몸이 튼튼한 형제도 있고, 약한 형제도 있다. 우리 오형제 가운데 둘째 형은 어린시절부터 몸이 약했다. 하루 세끼 똑같이 밥 먹고 자라는데도 그랬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웃집 형들이 아침저녁으로 가방을 들어줬다. 어떤 날은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쓰러져 동네 아주머니가 업고 온 적도 있었다.
그런 형에게 어머니가 몸이 튼튼해지라고 ‘에비오제’를 사주셨다. 어머니도 그 약을 ‘몸이 튼튼해지는 약’으로 알았고,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알B았다. 아스피린보다 조금 작은 누런 색의 알약이었는데, 물도 없이 입에 넣고 꼭꼭 깨물어 먹으면 여간 고소하지 않았다. 둘째를 위한 약이었지만, 우리 오형제 모두 달려들어 그것을 먹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약이라기보다 특별 간식이었고 과자였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그것이 영양제가 아니라, 장의 활동을 돕는 약이라는 것을 알았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절 그러잖아도 늘 군것질에 허기져 있을 수밖에 없는 산골에서 때마다 정장제까지 그렇게 먹어댔으니, 우리 형제들의 집단 허기가 오죽했을까. 그 시절 ‘에비오제’를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배가 고프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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