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판케(사진) BMW그룹 회장은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풀러톤호텔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급성장과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강한 의지 등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그러나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전념(노력),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판케 회장은 이날 BMW그룹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 직후 한국기자단과 만나 "‘역동적인 드라이빙의 BMW’, ‘뒷좌석에 앉는 편안한 차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현대차만의 브랜드 정체성(프로파일)을 만들고 목표시장(포지셔닝)을 설정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도요타도 1989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로 ‘렉서스’를 출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차’라는 브랜드 프로파일을 정착시켰지만 미국 이외의 다른 시장에선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무엇을 표방하고 고객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 지를 알리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의 것을 카피하고 조금 싸게 파는 전략으론 안 된다"며 "현대만의 진정한 브랜드 프로파일로 다른 차를 거부하는 계층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케 회장은 또 "BMW그룹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2003년보다 9.4% 늘어난 121만 대를 판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아시아지역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며 한국에서 BMW 브랜드 파워와 인지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25일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를 출시하고 3월9일 뉴3시리즈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은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BMW 8만603대, 미니 1만4,773대, 롤스로이스 106대를 팔았고 한국 시장 판매량은 5,800대를 기록, 수입차 1위를 지켰다.
판케 회장은 하이브리드카와 수소 연료전지차로 대별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과 관련, "내연기관과 전기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선 전혀 환경 친화적이지 않고 가격도 너무 비싸 매력적이지 못하다"며 "20년 뒤를 내다보면 수소 연료전지차가 가장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MW는 지난해 수소를 직접 주입, 시속 200㎞이상 달릴 수 있는 ‘H2R’을 선보였고 앞으로 3년 안에 7시리즈의 한 모델을 수소 연료전지차로 내 놓을 계획이다.
그는 이어 "다만 수소 연료전지차의 경우 수소를 충전할 인프라스트럭처를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솔린과 수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차를 솔루션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케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5,6개 업체만 살아 남을 것이라는 세계 자동차시장 과점설에 대해서도 "현재 BMW그룹의 생산량은 세계 14위에 머물고 있지만 매출액은 7,8위 수준이며 순이익과 연구개발(R&D) 투자는 3위 안에 든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10년 후 어떤 자동차 회사가 살아 남을 지 모르겠지만 BMW는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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