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의 여성비하 발언 파문이 한 달이 넘는 진화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서머스 총장은 지난달 14일 전미 경제연구소(NBER)에서의 모임에서 여성은 선천적으로 과학과 공학에 약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그 뒤 그는 문서로 사과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그 동안 공개를 거부했던 발언녹취록를 교수회의에 제출하고 자신의 웹사이트에도 올렸다.
그러나 하버드대 교수들은 15일 회의에서 녹취록를 검토한 뒤 더욱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8일 전했다.
하버드대 중국학과 교수인 제임스 왓슨은 "녹취록 공개는 불난 데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22일 다시 모임을 갖고 서머스의 지도력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다음 회의에서 서머스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제기할 전망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서머스 총장은 "하나의 가설로, 틀릴 수도 있다"면서도 "유수의 대학에서 과학과 공학분야의 교수가 부족한 이유는 내재적인 재능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주일에 80시간 이상씩 일할 용의가 있는 기혼 남성은 기혼 여성보다 많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논쟁이 일자, "농업에 종사하는 유대인의 숫자는 적고, 미프로농구(NBA)에 백인이 적은 이치와 같다"는 말까지 했다. 알려진 것보다 더욱 자극적인 발언을 접한 교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서머스 총장의 학교운영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1966년부터 28년간 하버드 매거진을 편집해 온 존 베델은 "지난 주 있었던 교직원 회의에서 서머스의 발언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그의 리더십"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정권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한 서머스는 4년전 46세의 젊은 나이로 취임한 뒤 교양과정 재편, 순수과학에의 대규모투자 등 개혁을 추진하면서 제왕적 총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2명의 친척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데 이어 자신도 수상자 후보로 거명되는 천재형으로 아집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평도 따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머스 총장 지지파도 결집하고 있다. 경제학 교수인 다니엘 라입슨은"이미 서머스를 지원하는 160개의 교수 서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동그란기자 gran@hk.co.kr
●서머스 녹취록 요지
유수대학의 과학과 공학분야에서 여성 교수가 부족한 이유는 사회적 편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여기에는 내재적 재능과 취향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차이가 반드시 사회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쌍둥이 딸에게 인형 대신 트럭을 주어 놀게 했지만 "아빠 트럭이 아기 트럭을 데리고 간다"라는 인형놀이에 등장할 법한 표현을 쓰곤 했다. 누가 더 고위직, 강도가 센 일을 원하는가도 관건이다. 고위직을 얻기 위해 1주일에 80시간 씩 일할 용의가 있는 기혼남성은 기혼여성보다 훨씬 더 많다. 재무성에서 함께 일하던 내 친구가 하버드 경영대학을 다닐 때 22명의 여학생이 있었지만 지금 현재 정규직을 가진 사람은 3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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