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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 만만찮은 역풍/ 檢 "수사기록 제출거부"속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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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중심주의 만만찮은 역풍/ 檢 "수사기록 제출거부"속 논란 확산

입력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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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공판중심주의’에 맞춰 특정 사건의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17일자 A6면)이 나온 뒤 법원이 추구하는 공판중심주의가 검찰의 손발을 묶는데 치중한 나머지 비용과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20일 "공판중심주의는 우리와는 다른 법체계를 가진 미국 등에 적용되는 제도"라며 "인권보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하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국내 사법체계 속에서는 모순된 부분이 있어 검찰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독일ㆍ일본 등 대륙법을 토대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 형사법 체계는 기본적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주고, 검찰이 유죄라고 확신하는 범죄자만 기소한 후 검찰의 수사서류를 토대로 법원이 판단하는 방식이다. 반면 검찰 조서가 아닌 법정 공방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공판중심주의’는 영미법 계통의 사법체계를 가진 나라에서 발달한 제도로, 미국의 경우 검찰에 강제수사권이 없고 ‘증거 수집권’만 주어지며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는 대등한 입장에서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병행한다. 대신 증거를 모으기 위한 과학수사 지원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으며,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나 함정수사 같은 기법이 용인되기도 한다.

검찰의 불만은 법원이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판결로 검찰을 무장 해제해 피고인이 빠져나갈 구멍만 키워 놓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나 증인이 판사 앞에서 새롭게 논리를 개발해 검찰에서의 진술을 태연히 뒤집을 때 힘이 빠진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재판 전략상 필요한 사건에 한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공판중심주의가 사법체계와 관계없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김유진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은 "검찰의 수사기록 제출거부는 법원이 감수해야 할 문제"라며"공판중심주의에 맞춰 형사재판 법관 수를 늘리고 연수제도를 강화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왔으며, 필요하면 형사법 개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입장에서 공방을 펼칠 수 있게 하자는 공판중심주의의 근본 취지와 달리 검찰이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이 방어하기가 오히려 쉽지 않고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노모 변호사는 "증인 반대신문을 준비할 때 종전에는 검찰 수사기록을 토대로 방어전략을 짰는데 수사기록이 없으면 일일이 증인들을 접촉해야 하고 그럴 경우 ‘증언조작’을 시도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난감해 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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