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제작 수준을 가지고는 선압기(旋壓機)와 같은 최첨단 기술로 이루어진 기계의 유압계통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유압계통에서 심장을 이루고 있는 유압속도 조절전자변들만은 수입해 와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1990년 대 후반 고난의 행군기를 다룬 북한 장편소설 ‘열망’(김문창, 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9)의 한 대목이다. 등장인물 중 외국물을 먹은 공학도는 최첨단 공작기계의 일종으로 정밀무기 개발에도 필수적인 선압기 자체의 제작에 강한 회의를 표시한다.
■북한에서 문학은 인민대중의 교화나 선전 선동의 중요 수단이지만 일정 부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래야 인민대중에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광부와 기자로도 일했던 김문창(67)의 장편 소설 ‘열망’은 1990년대 중반 관료주의 폐해와 자재난, 기술부족 등으로 침체에 빠진 북한 공장들의 현실을 잘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첨단기술의 장벽을 사회주의 열망만으로는 넘기 어렵다는 것을 무수한 실패와 갈등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기술 수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국정원은 비행기로 실어다 떨어뜨려야 할 정도의 원시%3적 핵무기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포토 고스 미 중앙정보국장은 최근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핵탄두를 탑재한 채 미국 영토에 도달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다.
■[미 본토에 도달할 정도의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면 관성유도장치인 자이로스코프 등 최첨단 기술들이 필수적이다. 자일로스코프 기술은 몇몇 선진국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무기 소형화는 중국도 자체 해결하지 못해 스파이를 통해 미국에서 빼냈을 것이라늘는 설이 있을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다. 북한의 군사기술 수준을 과소평가해선 안 되지만 근거없이 부풀리는 것도 잘못이다. ‘열망’은 결국 선압기 제작 성공으로 결말을 맺지만 핵 소형화나 운반수단 확보에 필요한 첨단 기술은 ‘강성대국’의 열망만으로 넘을 수 있는 벽은 아닐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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