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법의 상징으로 부각된 왕우렁이가 오히려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
환경부는 20일 "1년에 1,000개 넘는 알을 낳는 번식력과 왕성한 식성을 가진 왕우렁이가 벼를 갉아먹는 등 피해를 낳고 있다"며 "양식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 농업기술원은 지난해 볍씨를 직접 논에 뿌리는 담수 직파 논에서 월동한 왕우렁이가 어린 못자리의 싹을 갉아먹는 등 피해를 입힘에 따라 실태를 조사한 뒤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토종 우렁이보다 훨씬 큰 왕우렁이는 1983년 2월 식용B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일본에서 수입된 뒤 비닐하우스 등에서 대량 양식해 왔다. 특히 1992년 왕우렁이를 이용해 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농법이 소개돼 2002년 이 농법으로 재배한 벼 면적은 60개 시·군 2,894농가 1,937ha에 달했다.
하지만 잡초만 먹은 다음 수확 후 기온이 내려가면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졌던 왕우렁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엉뚱한 피해를 낳고 있다. 왕우렁이가 죽기 전에 알을 낳고,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알에서 깨어난 왕우렁이가 벼의 어린 잎을 갉아먹는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현재 왕우렁이는 자연생태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데다 월동지도 점?1? 북상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조사한 결과, 왕우렁이 농법을 시행한 전남·북 논과 양식장 부근은 물론 경남 제주 인천 등에서도 왕우렁이 성체와 알을 확인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단 왕우렁이가 전북 정읍 이남에서 월동 중이지만 월동지 분포가 차츰 북상하고 있다"며 "올해 왕우렁이가 유입된 자연하천과 호소(湖沼) 등에서 월동 및 생태계 위해 여부를 정밀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왕우렁이는?
왕우렁이(사진)는 남미 아마존강 유역의 호수나 늪지 등 고온 다습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연체동물.
일본 등지에서 식용으로 밀반입되던 왕우렁이는 1983년 우리 정부가 수입 승인을 해주면서 비닐하우스나 노지(露地·맨땅 혹은 나대지)에서 양식돼 왔다. 1992년 이후 왕우렁이를 이용해 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농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가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생존 수온이 섭씨2~38도였던 왕우렁이가 혹독한 한국의 겨울을 이겨내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논농사를 망치는 ‘제2의 황소개구리’가 되고 있어 농민들의 골칫거리다.
일부 아시아 국가는 왕우렁이가 논농사에 피해를 입히자 양식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만의 경우 1980년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아르헨티나에서 왕우렁이를 양식용으로 들여왔다가 생태계로 급속히 퍼지자 현재 양식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은 1981년 대만에서 들여왔다가 1984년부터 농림수산성에서 검역해충으로 공식 지정했고 현재는 ‘왕우렁이 퇴치전’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도 1988년 식용으로 도입했다가 벼 피해가 늘자 1992년부터 양식을 금지시켰다.
권대익기자 dkwon@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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