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 빙판길 교통사고로 사망한 30대 부부가 앞서 사고를 낸 승용차에 갇힌 운전자를 구해주다 뒤에서 오던 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9일 오후 9시께 트라제XG 승합차에 부인 이진숙(31)씨와 아들(3)을 태우고 전북 구이면 계곡터널 앞 편도 2차로를 달리던 설동월(33·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는 40c가량 앞서가던 아반떼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도로 가운데로 밀려나는 것을 목격했다. 설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는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아반떼 승용차를 스친 뒤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설씨는 아반떼 승용차 운전석과 찌그러진 차문 틈에 갇혀 있던 운전자 이모(55)씨를 빠져나오게 했다. 부인 이씨는 도로 가운데서 차량들에게 서행신호를 보내며 사고를 알리고 있었다. 이때 뒤에서 달려오다 빙판길에 미끄러진 오피러스 승용차(운전자 박모씨·45·구속)가 설씨 부부와 아반떼 운전자 이씨의 동승자 이모(45·여)씨를 치어 설씨 부부는 그 자리에서 숨지고 이씨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설씨의 아들은 오피러스 승용차 밑으로 들어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러한 사실은 아반떼 운전자 이씨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설씨가 차안에 갇힌 나를 구해주러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진술해 밝혀졌다.
외아들과 며느리를 잃은 설씨의 아버지 설광수(65·전북 순창군 고창면)씨는 "언제나 남을 도와주려는 깊은 정을 가진 아들이었다"며 "부모를 잃은 어린 손자 때문에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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