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바다 밑에 더 이상 비밀은 없다.
미국의 최신예 시울프(Seawolf)급 핵 잠수함 USS SSN-23 ‘지미 카터’호가 19일 미 핵잠의 고향 코네티컷주 그로톤에서 취역, 태평양함대에 배속됐다.
워싱턴주 뱅고르를 기지로 태평양 바다밑을 누빌 지미 카터호의 가장 무서운 점은 세계 유일의 해저 광섬유 통신 케이블 감청 능력을 갖춘 데 있다. 비교적 도·감청에 안전하다던 광섬유 통신의 신화도 깨지게 된 것이다.
지미 카터호가 이런 능력을 갖춘 것은 인도 덕분이다. 인도는 1988년 지하 핵실험 당시 해저 광섬유망 통신을 이용, 미국을 감쪽같이 속여 넘겼다. 충격을 받은 미국은 지미 카터호를 지난해 10월 퇴역한 간첩 잠수함 파르체(Parche)의 후임으로 선정, 광섬유 감청 등 첨단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완했다.
지미 카터호는 특히 막대한 양의 감청 내용을 바로 국방부 국가안보국(NSA)에 쏘아 보내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1세대 간첩 잠수함 핼리버트(Halibut)를 투입한 1971년부터 해저 감청작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까진 ‘도청 장치 설치 → 회수 → 미국까지 운송 →NSA 분석’등을 거쳐 정보 획득에 몇 달이 걸렸다고 한다.
지미 카터호는 또 대 테러전과 소규모 국지 분쟁에 대비한 특수작전 능력을 크게 향상, ‘수중 모함’ 역할도 수행한다. 허리 부분을 33c 늘여 다목적작전플랫폼(MMP)을 설치하고 특수작전용 드라이도크와 ASDL 잠수정, 무인원격잠수정 등을 장착했다. 해군의 실(SEAL) 등 특수부대도 50명까지 태운다.
지미 카터호의 취역은 한편으로 거대 군비 시대의 종언을 새삼 확인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가장 빠르고 조용하며 중무장한’ 시울프급 핵잠은 냉전기엔 29척까지 건조 계획이 있었지만, 네임쉽인 시울프호, 2호 코네티컷호에 이어 지미 카터호 단 3척으로 끝나고 말았다. 미 해군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 이 핵잠에 해군사관학교 졸업생이자 잠수함 장교 출신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였는데 미 잠수함에 생존 인물의 이름을 따기는 처음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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