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은 하늘 위를 유유히 활공하고 있는 흰꼬리수리를 보고 있으면 부러움이 인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안 죽음을 무릅쓰면서 하늘을 날고자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하늘을 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창공을 가르는 모양은 비행을 ‘특권’처럼 누리는 새에 비하면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비행기는 제 힘이 아니라 매연을 뿜어내는 석유 연료에 의존해야 날아 오를 수 있다. 통제를 벗어난 사고를 생각하면 인간의 비행은 심하게 말해 목숨을 저당 잡힌 모험이나 다름 없다. 무엇보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모습은 결코 새처럼 자유 자재롭지 못하다.
유범주(62)씨가 생업으로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주말 시간을 쪼개고 쪼개 45년 동안 새 사진을 찍은 것도 어쩌면 새들의 이런 완벽한 비행에 매혹된 때문인지 모른다. 자연을 찍는 일급의 다큐 사진작가들이 모인 한국생태사진가협회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나는 전문사진작가가 아니라 아름답게 비상하는 새에 매료되어 새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가 평생 찍은 30만 장, 300여 종류의 새 사진 중 특별히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사진을 골라 ‘새’라는 사진집을 내놓았다. 몇 차례의 생태사진 그룹전에 서너 점 출품한 것 말고는 개인전시회 한 번 연 적이 없으니까, 이 책은 그가 평생 20㎏은 족히 되는 캐논, 니콘, 롤라이 리플렉스 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찍은 새 사진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디카붐’이라고 요즘 너도 나도 사진가연 하지만 한 번이라도 새 사진을 찍어보려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얼마나 엄청나고 또 황홀한 ‘작품’인지 절감할 것이다. 설원 위에서 춤추는 두루미 한 쌍, 암컷에게 물고기를 선물하는 쇠제비갈매기, 두엄더미를 뒤져서 새끼에게 줄 먹이를 찾는 후투티…. 500여 장의 사진들은 새들의 탄생과 사랑 다툼 죽음 등 생태 전반을 설명하는 쉽고 친절한 해설과 함께 정연하게 배치되었다.
책에는 "처음 새를 찍을 때만 해도 새와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강에만 나가도 털발말똥가리 같은 희귀종과 도요와 물떼새 같은 온갖 새들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새들이 인간 때문에 사선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안타까움까지 묻어있다. 민음사가 제정한 ‘올해의 논픽션상’ 2005년 생활과 자연 부문 수상작이다.
김범수기자bskim@h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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