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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리 가보셨나요/ 천안‘아라리오 스몰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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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리 가보셨나요/ 천안‘아라리오 스몰시티’

입력
2005.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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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비엔날레에 가도 이렇게 많은 세계 최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는 없어요."

17일 오후 충남 천안시 신부동 시외버스터미널 앞. 일명 ‘아라리오 스몰시티(Small City)’의 푸른조각공원에서 만난 서울에서 왔다는 한 대학생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최근 이 일대 거리에 상설 전시된 조각작품을 감상하러 천안 나들이를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평소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활기가 넘치는 거리지만,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출발하는 수도권전철이 천안까지 연장개통되면서 예술감상과 쇼핑, 관광을 겸한 젊은이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급행전철로 1시간19분이면 서울에서 천안에 도착한다.

천안에 도착한 이들은 바로 이 아라리오 스몰시티 거리에서 깜짝 놀란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연결한 대형 쇼핑몰 ‘야우리’를 중심으로 좌우 300c, 총 600c 의 아라리오 스몰시티 거리에는 지방도시에 대한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예술공간이 펼쳐져 있다.

대로변 푸른조각공원에는 프랑스 작가 아르망의 조각 ‘100만 마일’이 우뚝 서있다. 그 옆 아라리오갤러리 입구에는 영국 현대미술의 젊은 거장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 ‘찬가(Hymn)’가 거대한 유리벽 안에 놓여있다. 마치 인체해부모형 같은 이 작품의 가격은 무려 200만달러. 행인들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수 유리벽을 설치하는데만 3억원이 들었다. 또 아라리오갤러리 건물 외부에는 지붕을 걸어 올라가는 여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남자의 조각이 시선을 붙든다. 이곳 조각공원과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터미널 등에는 키스 해링, 로리 맥베스, 문신 등 국내외 유명 작가 40여명의 작품 140여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서울에서 작품감상과 쇼핑을 겸해 왔다는 대학생 이영유(23)씨 커플은 "강의 시간에나 들엇었던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길거리에서 유리벽을 통해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3년 전 문을 연 아라리오 갤러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갤러리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컬렉터로도 알려진 이 갤러리 김창일(56) 대표의 독특한 안목으로 개관 이후 영국현대미술전 등 굵직굵직한 현대미술전을 잇달아 개최해왔다. 갤러리, 고속버스터미널, 백화점, 멀티플렉스를 한자리에 모은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1989년 이곳에 시외버스터미널을 지으면서 새로운 개념의 터미널을 만들기 위해 문화공간을 구상했다.

덕분에 이 거리에서는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서도 현대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쇼핑몰 매장 곳곳에 작품을 설치했고, 터미널에서 차표를 사도 작품을 만나게 된다. 갤러리 지하 2층까지 이어진 레스토랑에는 ‘데미언’‘아르망’등의 이름이 붙었고 각 식당에는 운보 김기창, 고암 이응로, 목불 장우상 등 대가들의 이름을 붙인 방들을 만들어 작품을 주기적으로 교체전시한다. 자장면집까지 국내 작가의 현대미술품으로 도배되어 있다시피하다.

아라리오 스몰시티의 작품들을 여유있게 감상하려면 하루가 모자란다. 입소문을 듣고 한번 이곳을 다녀간 서울, 수도권 사람들은 반드시 다시 찾는다. 2∼3번은 와봐야 제대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다 여유있게 쇼핑과 영화감상까지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거리의 명물 미술품들로 천안은 세계미술계에서 서울보다 훨씬 유명한 한국의 도시가 되었다"고 천안 사람들은 말한다.

천안= 글·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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