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 살아 계세요.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이런 얘기를 보통 사람이 했다면 헛소리로 비웃음만 샀을 것이다. 그러나 희대의 천재로 통하는 컴퓨터 공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쿠르츠바일(56·사진)이 했다는 점에서 그저 웃고 넘어갈 수 없는 난감함이 발생한다. 작년 11월 낸 ‘환상 여행: 오래 살아야 영원히 산다’(로데일 북스 출판사)는 건강지침서인 동시에 유전학, 생명공학, 나노테크놀로지의 진보가 어떻게 불멸에 가까운 장수의 가능성을 열었는지를 보여준다.
AP 통신은 최근 이 책을 둘러싸고 미국 학계 최고의 학자들이 벌이는 논란을 소개했다. 논란은 "내용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지만 쿠르츠바일이 했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다"로 요약된다.
쿠르츠바일이 누구인가? 그는 ‘현대의 에디슨’으로 통한다. 과장이 전혀 아니다. 학벌은 MIT 컴퓨터 공학 및 문학 전공 학사가 전부이지만 그가 발명한 제품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시험 때 쓰는 OCR(광학식 문자 판독 장치)카드는 그의 작품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장치도 그가 만들었다. 그가 대표로 있는 쿠르츠바일 테크놀로지스 주식회사는 컴퓨터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수상 경력을 보면 미 국가기술훈장 등 수십 개로 화려함 그 자체다.
그는 8세 때 로봇이 각 장면을 넘기는 모형 극장을 발명했다. 16세 때는 이미 스스로 작곡하는 컴퓨터를 만들었다. 건강 관련 발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심장병으로 죽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문이다.
인간을 아주 작게 축소시켜 인체 내에 투입, 장기를 돌아다니면서 종양 등을 치료하는 내용의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 SF ‘환상 여행’에서 제목을 빌린 이 책에서 그는 발병 유전자를 조작해 발병 자체를 막거나 노환을 차단하거나 느리게 하는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다고 예언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인체에 수백만 개의 나노로봇을 투입해 혈관을 따라 돌면서 세포 등을 치료해 젊음을 유지시킨다. 문제는 그 때까지 살아 있어야 그런 기술 혁명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자신은 하루 하루를 살얼음판 걷듯 살고 있다. 매일 8~10잔의 알칼리성 물과 10잔의 녹차를 마시고 트랙 40~50바퀴를 돈다. 차를 몰 때도 절대 끼어들기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는 AP와 인터뷰에서 "죽음은 비극이다. 내 연구는 결코 추측이 아니다. 정교한 과학의 방법론을 적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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