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만 의미심장한 수학 퍼즐이 하나 있다. 특히 우리 투자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문제다. A, B, C 세 개의 상자 중 하나에 보석이 들어 있고, 가령 여러분이 A를 택했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선택되지 않은 B, C 두 상자를 혼자 살짝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둘 중에서 빈 상자 하나를 여러분에게 열어 보이며 묻는다. "처음 선택하신 A가 그대로 좋습니까? 아니면 한번 더 기회를 드릴 테니 생각을 바꾸시겠습니까?" 이 때 열어 보인 그 빈 상자로 옮겨갈 바보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결국 문제는 안 보여 준 상자로 옮겨갈 것이냐, 아니면 A에 머무를 것이냐로 귀결된다. 각자 5분만 생각해 보자.
실제로 내가 겸임교수로 있는 학교의 위험관리 강좌 기말고사에도 이 문제를 낸 적이 있다. 유학 온 외국 학생도 많고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수준 있는 대학원이다. 그런데 그 명석한 학생들조차 30여명 중 한 명 빼고는 다 틀렸다. "빈 상자 하나를 제외시켰으니 어차피 확률은 반반 아닙니까? 그런데 괜히 옮겼다가 꽝 돼 버리면 얼마나 가슴이 쓰리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A에 머무르겠습니다." 대부분 이렇게 답했다.
아마 여러분 생각도 모두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다 똑같다. 많은 판단에 있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건, 학력과 국적을 불문하고 인지상정이다. 가령 이 문제에서 그 보석이 300만원짜리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냥 A에 머무를 경우, 내 기대치는 300만원 곱하기 A가 정답일 확률(1/3)인 100만원이다. 하지만 옮길 경우, 애초 선택한 A가 꽝이기만 하면 무조건 그 남은 상자엔 보석이 들어있다. 따라서 A가 꽝일 확률, 즉 2/3의 확률로 그 보석은 내 것이며, 따라서 기대치는 200만원으로 전자의 두 배다. 수치적으론 당연히 옮기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실험 통계를 보면 세상 사람들은 90%가 넘게 A에 머무른다.
주식투자에서도 우리는 이처럼 ‘머무르다가’ 망한다. 내가 보유한 주식은 왠지 정이 가고, 아무리 떨어져도 꼭 내가 팔고 나면 오를 것 같아 못 판다. 다른 주식으로 옮겨 타면 꼭 그 날부터 빠질 것만 같아 그렇게도 못한다. 다들 영악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이처럼 어이없이 가만히 앉아서 당한다. 주식 말고 ‘사람’을 공부해 보라. 그러면 칠흑 같기만 한 주식투자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시카고투자자문 대표이사 www.chicagof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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