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따른 대북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북화해협력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설명을 되풀이하지만 속내는 답답함 그 자체다. 북한을 제어하자는 차원에서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 카드를 잘못 사용할 경우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쌓아온 화해협력무드가 한 순간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핵 문제도 남북 관계 개선으로 풀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사업을 중단할 경우 득보다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정부는 17일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15개 업체 대표를 초청, 간담회를 갖고 남북경협 기조의 불변을 설명,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줄 방침이다. 북핵 사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밝히는 상징적 행사인 셈이다. 또한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연결 사업 등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16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핵 문제 해결 없이 대규모 남북경협을 해 나갈 수 없다"고 밝혔듯이 북핵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문제는 커진다. 당장 진행되는 남북경협에는 차질이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각종 사업의 순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선 3월로 예정됐던 개성공단 1단계 100만평 분양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이 본격 가동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전략물자 반출입문제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 대목에서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난해 말 개성공단 개발 속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탐탁치 않은 눈치다. 이 같은 주변 상황의 악화로 남북 화해협력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사업이 궤도를 이탈할 경우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현 시점의 고민 거리는 비료 50만톤의 대북 지원 여부. 정부는 "매년 인도적으로 비료를 지원해 왔지만 아직 지원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남북간 회담이 재개돼야 논의 자체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이런 원론적 입장 속에는 1,4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비료 지원을 지금 시점에 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국민의 대북감정 악화와 미국 등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일단 지원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상황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러나 선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 정부의 고민은 깊어 가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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