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하는 옷, 웨딩드레스. 올 봄 웨딩드레스는 훨씬 대담해진 디자인으로 신부의 우아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표현한다. 웨딩드레스의 모범답안처럼 통용됐던 ‘공주풍’ 종모양 실루엣은 기세가 한풀 꺾였다. 대신 몸매를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내주는 H라인이나 A라인으로 물 흐르듯 유연한 흐름을 강조하는 추세. 여기에 어깨를 드러내거나 등을 깊숙이 파낸 대담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 웨딩드레스들은 마치 ‘결혼 서약은 그대의 아름다운 어깨 위에’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탑(Top)스타일’로 총칭되는 어깨를 드러낸 웨딩드레스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어깨를 완전히 드러내는 것부터 목뒤로 끈을 돌려 묶는 홀터넥 형태, 란제리처럼 얇은 어깨끈만 살짝 이은 형태 등이 대표적이다.
권형민웨딩와이즈 디자이너 권형민씨는 "요즘 신부들은 평균 신장이 크고 패션감각도 뛰어나서 귀엽고 여성스러운 디자인 보다는 대담하고 섹시한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최근 웨딩드레스 경향이 유럽보다 뉴욕 패션계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도시적인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도 주요 배경.
황재복웨딩의 황재복씨는 "신부들의 결혼연령이 늦춰지는 것도 대담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 만혼의 신부들은 사회경험을 많이 한만큼 일부러 앳되게 보이려고 애쓰기 보다 드레스 선택에서도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을 강조한다는 설명이다.
어깨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에는 가슴쪽보다 등쪽에 노출을 많이 준 스타일이 선호된다. 등을 V자로 깊이 파서 반 이상 노출시킨 채 커다란 코사쥬로 장식하는 것이 대표적인 스타일. 신부의 팔을 길고 가느다랗게 표현하면서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기위해 어깨를 살짝 덮는 짧고 봉긋한 퍼프소매를 다는 것도 인기다.
드레스의 단순하고 깔끔한 실루엣은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통해 보완된다. 아주 부드럽고 여린 실크나 시폰, 망사의 일종인 튤, 거의 투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섬세한 오간자 등이 애용되는 추세. 여기에 포인트 장식으로 몸판에 인조보석을 달거나 깃털장식, 치마의 단에 주름을 다는 등으로 밋밋함을 탈피했다. 또 신부의 로맨틱한 아름다움을 살려주는 웨딩드레스의 필수 장식품 레이스가 다채롭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옅은 핑크나 금실 등으로 꽃모양을 잔잔하게 넣어 짠 레이스가 많이 등장했다.
머리 장식은 여전히 티아라(작은 왕관모양의 머리꽂이)가 최고 인기다. 한때 생화로 뒷머리 장식을 하는 것이 유행했지만 생화는 웨딩촬영때만 잠깐 하고 본 식에서는 티아라로 바꿔 쓰는 추세다. 티아라가 유럽 왕정시대에 왕비들이 쓰던 관을 본뜬 것이라는 점에서 출발, "믿거나 말거나 ‘결혼식때 티아라를 쓰면 신랑이 잘된다’는 속설이 공공연히 퍼져있어 더 인기"라는 것이 권형민씨의 귀띔이다.
웨딩드레스 가격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며 대여방식에 따라서도 가격차가 많이 난다. 서울 청담동의 디자이너브랜드들은 보통 맞춤대여에 최소 300만 원대. 그러나 아현동 일대 웨딩숍에서는 50만~80만 원대에도 드레스를 대여할 수 있다. 대여방식은 맞춰서 입고 반납하는 맞춤대여, 샘플제작된 것을 빌려 입는 일반대여로 나뉘며 일반대여는 다시 대여횟수에 따라 1차 대여, 2차 대여, 3차 대여 제품 등으로 구분된다. 맞춤대여가 가장 비싸고 3차 대여제품이면 가격은 3분의 1까지 떨어진다. 대여가격엔 본식 드레스와 함께 사진촬영용 드레스, 유색드5레스 등 보통 2,3벌이 포함된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예식장소별 웨딩드레스 고르기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예식장소다. 그러나 예식장소가 어디냐는 결혼식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디자이너 권형민씨는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드레스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권씨가 추천하는 예식장소별 어울리는 웨딩드레스 선택법을 소개한다.
◆호텔 = 같은 호텔이라도 하얏트와 신라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상류층 젊은커플에 인기 있는 하얏트 리젠시홀이나 워커힐 비스타홀은 현대적인 느낌이 %확연해서 드레스도 심플한 것이 어울린다. 반면 신라호텔 웨딩홀은 왕정시대 유럽 스타일이라 웨딩드레스도 볼륨감이 있고 트레인(웨딩드레스 뒤에 길게 늘이는 천)이 길고 화려한 것이 알맞다.
◆ 명동성당 = 다소 어둡지만 천장이 높고 웅장하며 신부가 걸어들어가는 길은 길고 좁다. 치마 폭이 넓기 보다는 깔끔한 A라인이면서 성당 분위기에 눌리지않도록 구슬과 진주, 레이스 장식을 많이 써서 호사스런 느낌이 살아나는 드레스가 좋다.
교회 모던한 분위기에 맞게 신부의 순수함과 맑은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단순한 스타일이 어울린다.
◆ 야외 = 화사한 봄 햇살아래 싱그러운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가볍고 경쾌한 퍼프소매나 레이스 7부 소매도 좋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드레스를 준비하되 야외에서 활동이 불편하지 않도록 베일도 짧은 것을 사용하고 트레인도 시늉만 살짝 내는 정도에서 그친다.
◆ 일반 예식홀 = 예식홀 장식이 현대적인지 복고풍인지 등을 고려한다. 신부가 걸어들어가는 길이 좁을 때는 치마폭이 너무 넓어지지않도록 주의하는 정도. 또 행진하는 길이 너무 짧을 때는 트레인의 길이를 너무 길지않게 조정한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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