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땅을 좋은 값에 판다고 해서 샀더니 줄줄이 늘어놓던 개발계획도 전혀 없고, 가격도 시세보다 3배나 비싸 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에요."
부동산 지식이 부족하거나 부동산에 처음 투자하는 초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기영업을 하는 ‘기획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 투자자 피해 = 서남해안개발사업(J프로젝트)으로 최근 땅값이 요동친 전남 영암군 일대에서 농업기반공사가 지역 농민에게 분양한 간척지에 투자한 김모(모(39)씨. 그는 기획부동산의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평당 3만원 수준인 땅을 4배 이상 비싼 평당 13만원에 계약하는 피해를 봤다.
김씨는 시세보다 땅값이 비싸다는걸 알고 처음에는 투자를 망설였지만 "J프로젝트의 중심부가 될 곳이라 다른 곳보다 비싼 것이니 지금 사두면 앞으로 크게 뛸 것"이라는 기획부동산의 사탕발림에 ‘묻어놓자’는 마음에 계약을 했다. 그러나 이 간척지는 최초 분양자 명의로 등기 조차 돼있지 않은 땅으로, 김씨의 매입은 미등기 전매에 해당돼 적발될 경우 불법 토지거래 혐의까지 뒤집어쓸 판이다. 김씨는 계약 해지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기획부동산은 연락처를 바꾸고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나버려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다른 투자자 박모(43)씨는 경남 김해시에서 투자할만한 땅을 찾던 중 우연히 기획부동산과접촉하게 됐다. 부동산측은 "알짜배기 땅이 좋은 값에 나왔다"며 접근했다. 박씨는 시세도 적당한 것 같아 계약금 1,500만원을 건넸으나 알고보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땅이었다. 계약 해지를 위해 다시 이 부동산을 찾아갔지만 업자는 이미 사라졌고 박씨는 계약금만 날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기획부동산들은 과장된 개발 청사진을 내세워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도 땅을 사도록 유인하는 만큼 가능하면 이들 중개업자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굳이 투자할 생각이 있다면 주변 시세는 물론 개발계획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손해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 직원도 피해 = 기획부동산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의 집중 단속 등으로 영업 여건마저 크게 악화하면서 기획부동산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영업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하거나 할당량을 채우도록 강요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계약건수가 미미한 직원들이 반 강제로 땅을 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친구 소개로 월 1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K기획부동산에서 전화 영업을 시작한 주부 양모(43)씨는 입사 한 달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하자 "계약 건수가 없어 월급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양씨는 황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월급도 받고 이번 기회에 땅이라도 사두려는 요량으로 충남 서산의 땅 100평을 3,000만원에 사기로 하고 은행 빚 300만원을 얻어 계약금을 냈다. 얼마 후 시세보다 3배나 비싸게 산 것을 안 뒤 회사측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사규상 직원 명의로 산 땅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는 "지난해 남편이 실직한 뒤 살림살이가 어려워져 한 푼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나섰는데 월급은 커녕 시세보다 2,000만원이나 비싸게 샀다"며 울먹였다.
최근 영업실적이 없어 월급도 못받고 해고된 함모(38·여)씨는 "부업 차원에서 할 일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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