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한림과학원 한국학연구소가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여는 ‘21세기 한국학,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둘러싸고 국사학자와 사회학자가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영우(67) 한림대 특임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최근 일부 젊은 경제사학자들과 서양사 전공자들이 우리 학계가 해방 후 심혈을 기울여 비판 극복해온 ‘식민지적 근대화론’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국사학계를 편협한 민족주의자로 몰고 간다"며 "이런 주장의 원조는 일본 식민주의 역사가들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는 이어 "탈민족주의가 순수한 학문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세계 재편을 꿈꾸는 불순한 정치적 시도와 맞물려 돌아간다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는지 그 향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을 거부한다거나, 민족의 실체 자체를 무시하려는 태도는 매우 위험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역사의 새로운 왜곡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어서 ‘한국학과 사회과학과의 대화’를 발표하는 전상인(47) 한림대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시대를 한국 자본주의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기원으로 보는 것일 뿐이며 식민지 근대화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는 강제 수탈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성립하기 어렵다"며 "조선조 전통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또 "세계로 시야를 넓혀 볼 때 식민지 근대화는 비록 이상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매우 보편적인 방식"이라며 "한국의 지식인들이 민족을 절대시하는 ‘헤겔의 유령’에 집단으로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은 겸허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비판한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밖에도 ‘통합 인문학으로서의 한국학’(박희병 서울대 교수) ‘동아시아 세계 속의 한국학’(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 ‘한국학과 지방학’(고석규 목포대 교수)이 발표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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