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신운용사에서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펀드를 고를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조사했다. 펀드 수익률이 54.26%로 압도적인 1위였고, 운용사 인지도가 28.72%로 그 다음이었다. 이어 펀드매니저의 자질, 판매사 인지도, 수수료 등을 꼽은 투자자가 5~6%를 기록했다.
굳이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울 필요도 없이 대부분 투자자들이 펀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과거 수익률’을 든다. 물론 과거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성과가 반드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자산운용을 대표하는 ‘마젤란펀드’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1977년 약 2,000만 달러 규모였던 마젤란펀드는 90년 132억 달러의 거대 펀드로 성장했다. 피터 린치라는 전설적인 펀드매니저가 운용한 13년간 단 한 해도 손실을 보지 않은데다 무려 27배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펀드매니저인 로버트 스탠스키가 운용하기 시작한 96년부터 수익률이 떨어져 2003년까지의 수익률은 S&P 500지수 상승률(85%)에 훨씬 못 미치는 71%에 머물렀다.
이처럼 과거 높은 성과를 올린 펀드라 해도 펀드매니저가 바뀐다든지 단기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압력으로 애초의 운용 방식이 변할 경우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펀드를 고를 때에는 과거 수익률은 물론 장세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운용됐는지도 살펴야 한다.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펀드매니저가 이동하더라도 큰 기복 없이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펀드매니저 1인이 아닌 운용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펀드가 장기적이고 뚜렷한 운용 철학을 갖고 있는지, 또 장세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을 소신 있게 지켜왔는지가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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