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수첩’의 새 편집위원들이 봄 혁신호에 문학 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경박한 형식 실험과 탈현실적 포즈가 과대포장되고" "치열한 장인정신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유희의 글쓰기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문학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비평집단이 새롭게 형성되었다"는 것이다.(머리말에서)
방민호씨는 ‘최근 비평과 소설의 독법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의존적 부정의 비평’, 즉 "1980년대를 부정함으로써 1990년대를 정당화하고, 리얼리즘을 비판함으로써 모더니즘을 정당화하는" 양상을 비판하고 "언제까지 과거와 타인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자기를 긍정할 것인가" 반문했다. 그는 "그러한 대립적 비평방법으로 인해 비평은 우리 앞에 대두한 삶 자체, 작품 자체로부터 거듭 소외되는 난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문학사를 그 작가와 작품이 서 있는 바 생생한 자태 그대로 드러내면서 질서화하는 것이 나의 비평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적었다.
유성호씨는 ‘한국 시의 과잉과 결핍’이라는 글에서 시인들이 현실과의 유추적 연관보다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과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이른바 ‘생태적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자연을 절대화하는 경향에 경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시적 주체가 현실과의 치열한 응전이 아니라 현실을 비껴간 결과"라고 꼬집었다.
권성우씨는 ‘문학을 넘어서는 문학의 길’이라는 글을 싣고, 끊임없이 책을 내려는 작가들의 강박증과 조급성, 취향의 차이로 문학적 성과를 무시하는 문단의 편협함을 비판했다. 권씨는 "우리의 비판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밝히기 위함"이라며 "‘문학수첩’의 새로운 행보를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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