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후원회를 부활하고 법인 기부를 다시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은 명분이 빈약하고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이기적 생각이다. 현행 정치관계법은 17대 총선 직전 정치부패와 정경유착의 고질적 풍토를 바꾸어야 한다는 개혁적 요구의 산물로 그 덕에 모처럼 깨끗한 선거를 치르게 한 공로를 갖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의원들의 정치자금 압박이 심하다는 이유로 이를 되돌리겠다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편의적 발상이다.
의원의 정치활동이 돈의 부족으로 지장을 받고 정상적인 정책수립 업무가 위축되는 현상이 초래된다면 궁극적으로 이를 개선해 줄 필요는 있겠다. 과거의 관행에 비추어 현행법은 가혹할 정도로 정치자금 모금과 규모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권 스스로가 초래한 불신과 불법 부패 탓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법은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개정됐고, 이는 정치개혁의 한 상징으로 치부됐었다. 현 의원들은 바로 이 개혁 입법 아래 당선된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제 와서 법이 까다롭고 불편해 정치를 못하겠다고 하면 마치 문을 들어설 때와 나설 때가 다른 얄팍한 처신이다. 여당은 후원회 모금 금지를 해제하고 기부 한도도 5,000만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면서 유권자의 자발적인 소액다수 기부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소액 기부가 저조한 것을 법에다 돌릴 것이 아니라 아직도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의 의미로 새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돈 안 쓰는 정치’는 진행형의 과제다. 의원들이 여러 모로 겪는 고통은 딱하고 안타깝지만 법의 재개정을 국민이 용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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