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한 경제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신년 특별호에서 최고 경영자로 가는 길과 후계자 양성 등 경영자의 생존전략에 대해 크게 다뤘다.
이 잡지는 한 보고서를 인용해 1980년 이래 20년간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최고경영층의 정규 교육 기간이 평균 17.02년에서 17.26년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대학까지의 정규 교육 기간 16년에 더해 상급 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 경영진의 교육열을 짐작케 한다.
최고경영자 교육 열풍은 서구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현대적 경영 교육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와 기업의 지원, 해외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90년대 이래 1%대의 극심한 저성장을 거치면서 기존 경영자 교육에 대한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경쟁 의식과 기업가 정신을 잃고 글로벌 시장 장악에 실패한 원인이 잘못된 경영 교육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계적인 경영자 교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꼽힌다. 잭 웰치 전 회장이 주도적으로 자체 교육기관인 크론토빌 교육센터에서 새로운 업무 방식, 사고, 경영 기법들을 차기 경영진에게 전수함으로써 기업 혁신을 이룬 것이다.
웰치의 성공은 후임인 제프 이멜트 회장에게도 이어져 GE의 체계적 관리자 교육과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멜트는 올해 비즈니스 위크지에서 ‘성공적인 CEO’로 선정됐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스피드 경영을 뒷받침하도록 CEO를 비롯한 인재에게 양질의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장차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중견 관리자 및 임원들의 지속적인 자기 계발과 차세대 CEO가 될 핵심 인력 양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고 기업의 성공을 지속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주말을 이용한 ‘최고경영자 MBA(EMBAㆍExecutive MBA)’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교육의 질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는 프로그램이 흔치 않다. 글로벌화를 주장하는 교육기관의 경우에도 대부분 외국 대학과의 형식적인 교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해외 대학의 경영 교육을 무분별하게 추종하기보다는 해외 제도나 교육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을 선별, 소화해 우리 현실에 적합한 교육 과정을 개발해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피교육자들의 교육 태도도 실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일회성 교육이나 친목 위주를 넘어서 경영자의 기본 역량과 경영 감각을 체득,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 방식을 배우고, 나아가 이전 교육을 바탕으로 발전된 형태의 후속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많은 기업들이 최근 경기 불황으로 투자를 회피하고 움츠러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현재의 시간을 다가올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는 혜안을 기르고 역량을 쌓는 교육 투자의 시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배보경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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