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70회로 조기 종영하는 MBC 드라마 ‘영웅시대’를 둘러싸고 외압설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연기자들이 연출자의 인사위원회 회부 등에 반발해 한때 촬영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불암 정욱 유동근 나한일 등 ‘영웅시대’에 출연중인 중견 탤런트 20명은 14일 새벽 녹화를 끝내고 MBC에 촬영 거부를 통고했다. 몇차례 방영시간이 당초 편성보다 3분 가량 길어졌다는 이유로 연출자인 소원영 PD를 인사위에 회부하자, 조기 종영에 따른 연기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 연기자들은 아울러 박종 제작본부장이 1월 12일 출연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시청률이 20%를 넘으면 계속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영웅시대’는 설 연휴 기간인 7일 63ㆍ64회를 연속 방영했으며, 64회분이 자체 최고 시청률인 22.6%(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했다. 63회분은 평소와 비슷한 16.2%에 그친 점으로 미뤄 시청률 상승은 연속 편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연기자들은 조기 종영 결정 이후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을 모델로 한 천태산 역의 최불암씨는 "최근 시청률이 20%를 넘었는데도 MBC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조기 종영을 강행해 연기자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MBC측은 "소 PD의 인사위 회부는 편성시간을 3회 이상 어길 경우 자동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되도록 한 내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5일 야외촬영을 앞두고 연기자들의 촬영거부 의사가 강경하자, MBC측은 연기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날 연기자 대표로 박 본부장을 만난 유동근씨는 "27일 마지막 회 촬영에 앞서 박 본부장이 연기자들에게 조기 종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해명하고, 소 PD의 징계를 막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각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기자들의 촬영거부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 됐으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연기자들은 "박 본부장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70회 촬영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견해에 따라 조기종영을 둘러싼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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