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材線蟲)병의 확산으로 국내 소나무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군병력까지 투입해 소나무 보호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4일 박홍수 농림부 장관 주재로 산림청 간부들과 전국 46개 시·도·군 책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재선충 확산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확산 저지선 구축을 위한 군 병력투입 등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소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재선충병은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해 경북 포항, 구미까지 북상했다. 지난해만 10개 지역에서 추가 발견되는 등 빠르게 확산되어 왔다.
피해면적도 첫 발생한 88년부터 99년까지는 1,000㏊ 미만에 머물렀으나 이후 확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져 2000년 1,677㏊, 2001년 2,575㏊, 2002년 3,186㏊, 2003년 3,369㏊, 2004년 4,961㏊로 불어났다. 이 기간 중 전체 피해면적은 17,900㏊(누적기준), 말라 죽은 소나무는 57만3,000여 그루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 소나무가 2112년 경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은 1905년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견돼 현재 소나무가 멸종 단계에 이르렀고 미국 중국 캐나다 대만 등도 피해가 확산 중에 있지만 치료제나 천적 등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은 재선충병이 최근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번질 정도로 충격적인 전염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재선충병은 지난해 말 제주시 오라동에서, 올해 1월에는 그 곳에서 10㎞ 이상 떨어진 연동에서 연이어 발병해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1, 2, 3차 단계별로 ‘확산 저지선’을 구축해가면서 4월말까지 재선충에 감염된 전국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키로 했다. 이 기간 중에는 민간에서 감염된 소나무를 베거나 옮기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특히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활동하는 4월 전까지가 감염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최적기라는 판단 아래, 이 기간에 재선충 피해목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군 인력을 포함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키로 했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정부는 피해지와 인근 지역에 대해 4~5월 지상 및 항공 예찰을 실시해 재선충이 새로 발견될 경우 긴급 방제비를 지자체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발생 지역 주민에 대한 홍보를 강화,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 5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또한 감염된 나무를 제거하는 작업에 인력을 최대한 동원하기 위해 정부예비비를 사용,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공공근로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농림부 박홍수 장관은 "소나무 재선충병의 확산 상황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이나 관계기관이 그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재선충 방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세워 봄부터 즉각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소나무 재선충병
머리카락처럼 가는 0.6~1㎜의 재선충이 나무조직 안에 살면서 소나무응? 수분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치료가 되지 않고 100% 고사(枯死)하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라는 악명으로 불린다. 몸에 재선충을 지닌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잎을 갉아먹을 때 전염되며 재선충이 일단 침입하면 6일 후쯤 소나무 잎이 밑으로 처지는 것이 특징이다. 20일 후에는 잎이 시들며 한 달 정도면 나뭇잎이 붉게 변해 말라죽게 된다. 재선충병 증상을 보이는 소나무를 발견하면 산림청 지역별 국유림관리소 대표번호(1588-3249)로 신고하면 된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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