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부터 한국 경제가 내수회복 등에 힘입어 5%대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게 전망하면서도 “관료집단의 ‘유비쿼터스 핸드(Ubiquitous Hand)’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라고 비판했다.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망에 접속할 수 있게 한다’는 정부의 ‘유비쿼터스 코리아’ 플랜과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재치있게 결합한 이 신조어는 ‘언제 어디서나 시장에 개입하는 손’이라는 뜻으로, 한국 관료들의 정부만능주의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IMF는 한국경제의 침체를 가져온 관치의 대표적 예로 ▦신용카드 남발정책에 따른 신용불량자 양산과 가계부실 ▦방만한 정부 보증에 따른 중소기업 부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 따른 대기업의 투자기피를 꼽고,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시장지향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금융ㆍ외환시장에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관료들의 버릇은 거의 고쳐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사자들로선 이 같은 IMF의 지적이 뜬금없다고 여길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있었던 관치의 거품을 걷어내고 경영투명성과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개혁 로드맵 정착에 애쓰고 있는데 어떻게 이를 간섭이라고 매도할 수 있느냐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적 권위를 가진 IMF가 저간의 사정을 모를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5 한국경제 보고서’라는 공식문건에서 관치문제를 재차 언급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인식이 과잉이거나 부족해 시장기능을 오히려 왜곡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대기업은 투자여력이 있지만 투자보다는 빚을 갚으려 하고 설령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국내보다 중국을 선호한다”는 말은 재차 새겨들을 만하다. 정부가 기업처럼 국가경제를 경영하려는 관리주의적 사고방식도 관치의 소산이지만, 시장상황과 동떨어진 법과 제도를 고집하는 것도 관치이기는 매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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