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증시가 폭발하고 있다. 14일 종합주가지수는 5년만에 최고인 970선까지 육박했으며, 코스닥은 ‘마(魔)의 저항선’으로 불리던 500선을 거침없이 넘어섰다. 이에 따라 주가 상승이 최근의 실물 경기 회복세와 긍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내 경기의 전반적 상승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요컨대 ‘주가상승 → 소비촉진→ 기업실적 개선→ 주가상승’으로 표시되는 경기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실물 경기 회복을 견인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의 유동성 장세와는 달리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는 건실한 상승세라는 것이다. 1·4분기 중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000선과 600선을 넘어선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룰 정도이다.
증시 전문가들이 낙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증시로 신규자금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기상황이 과거 증시가 지수 1,000선을 넘던 때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섰던 1989년과 1994년에는 경제성장률이 각각 6.1%와 8.3%에 달할 정도로 실물경기와 증시가 동시에 과열하는 바람에 상승여력이 적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간 성장률이 4%대에 불과한 경기회복의 초입 단계이므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어선 뒤에도 과거와 달리 상당기간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경제 기초체력의 차이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세 번의 1,000포인트 돌파 때와 지금의 펀더멘털을 비교하면 거시 측면이나 미시 측면 모두 현재가 더 좋거나, 최소한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7 경우 1989년 5,495 달러, 1994년 9,530달러, 2000년 1만885 달러였으나 지금은 1만2,600달러대이며, 전세계 교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1%대에서 2.5%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기업 수익률도 과거보다 두 배 이상 좋아졌다는 것.
소수이기는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실물경기 회복을 알리는 지표가 대부분 심리지표에 불과해 산업활동이나 서비스업활동의 가시적인 개선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증시와 실물경제가 선순환 구조로 돌아섰다고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북핵 사태가 악화해 한국 경제의 태생적 위험이 재부각될 경우에는 증시와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조철환기자 c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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