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어른들이 이 말을 참 많이 썼다. 어떤 일, 혹은 어떤 사람과 직접 연관이 있거나 가까이 있어 사정을 잘 알 것 같은데 오히려 가까이 있는 사람이 그 사정을 잘 모르고 있을 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실제로 등잔은 자기 그림자를 짙게 가져 그 아래에서 숙제를 하다가 몽당연필이나 지우개가 그 속으로 굴러가면 한참 동안 엉뚱한 곳을 더듬거리며 찾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다니는 길 위에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제까지 고향에 다니느라 무수히 대관령을 넘나들었지만 정작 대관령 휴게소는 거의 들러 본 적이 없다. 거기에 들러 쉴 시간이면 바로 우리 시골집 마당에 닿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어도, 아니 가까이 있기에 들러 보기 힘든 휴게소인 것이다.
아내는 경포대가 그렇다고 했다. 자란 곳도 그곳이고, 시집도 그곳이니 사람들은 자기가 경포대에 자주 가보았을 걸로 생각하는데 아내는 27년 전에 나하고 딱 한번 철 지난 경포대를 나가본 것 말고는 다시 거기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그래?” 하고 되물었다. 올 봄엔 대관령 휴게소와 경포대, 그 등잔 밑을 좀 살펴봐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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