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친구와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집을 뜻하는 말이 몇 개나 되며 또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게 되었다.
"경복궁 창경궁과 같은 궁이 있지. 임금이 살던 처소로." "근정전 대웅전과 같은 전도 있고." "중국집들이 많이 쓰는 각도 있지." "청와대 경무대와 같은 대도 있네." "그 대는 경포대 을밀대와 같은 대인 거지?" "국가 원수의 처소로든 집무실로든 대가 썩 좋은 이름은 아닌 거지. 처나 관이 맞지." "그래. 백악관 할 때의 관도 있네." "광한루 영남루 할 때의 루도 있어." "뜨락이라는 뜻의 원도 있지." "경치 바라보며 쉬는 장소로 정도 있고." "신이나 조상을 모시는 당도 있네." "예전에 음식점 이름으로 옥도 많이 쓰지 않았나? 강릉옥 진부옥 하는 식으로." "궐도 있지. 궁궐 대궐." "택도 있고 가도 있고." "재도 있고 실도 있고. 이건 집이 아니라 방인가?" "점도 있다. 상점, 반점."
여기까지 짚은 다음 친구는 요즘 가장 흔한 집인데 아직 우리가 꼽지 않은 것이 있다고 했다. 뭐냐고 묻자 ‘트’라고 했다.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있는 아파트.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