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광장에 나무를 심을 것인가 말 것인가. 서울시가 3월 착공하는 숭례문광장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달리 나무를 심을 예정이어서 집회 원천봉쇄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건설안전본부는 13일 "경찰 심의결과 숭례문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경우 국보1호 숭례문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예방 차원에서 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숭례문을 보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광장 곳곳에 적절한 높이의 조경수를 심기로 하고, 그 규모와 형태를 놓고 경찰과 최종 협의중이다.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광장은 누구든지 어떤 용도로라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의 공간"이라며 "집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광장에서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비민주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숭례문광장보다 큰 3,995평 규모의 서울광장은 조경수가 전혀 없는 탁 트인 광장으로 조성된 이후 각종 집회의 메카처럼 자리잡았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서울광장 조성 이후 집회·시위 때문에 홍역을 치른 서울시가 숭례문광장에 나무를 심기로 한 것은 노숙자 운집 등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숭례문 보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숭례문광장은 남대문시장과 숭례문 사이 차도 지역에 2,500평 규모로 조성(지도)되며, 태평로와 남대문로 등 차로와 맞닿는 숭례문 가장자리에는 3c 너비의 보도가 설치된다. 광장 조성은 9월 완료 예정이다.
시는 또 숭례문광장 조성과 함께 세종로 사거리에 교보문고와 세종문화회관 방면, 광화문우체국과 동화면세점을 잇는 횡단보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하로만 연결돼있던 숭례문 주변과 남대문시장, 서소문 일대, 서울역은 물론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지상으로 걸어다닐 수 있게 된다. 시 관계자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일제시대부터 접근이 차단됐던 국보1호 숭례문을 서울역이나 광화문에서 걸어와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며 "외국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아와 남대문시장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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