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2월14일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에즈라 파크가 펜실베이니아주 하비빌에서 태어났다. 1944년 졸(卒). 파크는 미국 사회학에서 철학 색채를 걷어내고 과학의 옷을 입힌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도시·인종·집합행동·인격·매스컴 등 오늘날 사회학과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된 분야를 실증적으로 탐색하며 미국 사회학의 바탕을 만들었다.
사회학사에서 로버트 파크라는 이름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가 버제스, 메켄지 같은 시카고대학 동료들과 함께 구축한 인간생태학(human ecology)이다. 인간생태학이란 인구와 여러 제도의 동태 및 그 지역적 배치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학문 분과다. 분과 이름에서도 대뜸 드러나듯, 동물·식물 생태학에서 사용돼온 경쟁·적응·동화 같은 개념들을 인간사회 연구에 적용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파크의 인간생태학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은 도시사회학이다. 그는 20세기 초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고 있던 시카고시를 대상으로 삼아 일련의 사회문제들과 그 지역적 분포의 관련성을 따져보았다. 파크는 자신이 ‘사회의 도서관’ 또는 ‘사회의 임상실험실’이라고 부른 도시를 커뮤니티와 소사이어티 두 수준에서 파악했다. 도시의 하부구조를 이루는 커뮤니티는 문화 이전(non cultural)·합의 이전(non consensus)의 생물적 결합으로 묶여있는 데 반해, 그 상부구조를 이루는 소사이어티는 관습이나 법 같은 합의의 사회적 결합으로 묶여있다.
파크는 또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감정 친소도(親疏度)를 가리키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 개념을 제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컨대 생산의 공간과 소비의 공간이 통합돼 있는 농촌 가족과 그것들이 분리돼 있는 도시 가족을 견주어볼 때, 농촌 가족 구성원 사이의 사회적 거리가 일반적으로 더 가깝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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